대한항공 파업 첫 주말 제주관광 '직격탄'
호텔·렌트카 예약취소 속출…피해 '확산'

▲ 파업 첫 주말인 10일 대한항공 발권 카운터는 썰렁했다. ⓒ제주의 소리
"제주에 내려 오고 싶어도 공항에서부터 원천봉쇄를 당했는데 어떻게 내려 옵니까. 관광객 하나 보고 장사를 하는데, 제주관광이 원천봉쇄를 당했습니다."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사흘째를 맞은 10일 도내 한 렌트카 업체 직원은 현재의 상황을 빗대 '제주관광이 원천봉쇄를 당했다'고 말했다.

8일부터 시작된 조종사 파업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제주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8월 아시아나항공의 파업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관광업계가 파업 사흘째부터 비틀대고 있다.

# 대한항공 파업 첫 주말 20편만 운항…북적거려야 할 제주공항 썰렁 
 
◆대한항공 파업률 82%=파업 첫 주말인 10일 제주노선 대한항공 파업률은 82%. 전체 110편 중 제주~김포노선 왕복 16편, 제주~부산 4편 등 20편만 운항하고 있다. 동경과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외국인 관광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노선은 완전히 끊겼다.

아시아나항공 왕복 84편이 정상운항돼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제주노선 200여편 중 국제선 포함 116편만 운항되고 있어 사실상 제주공항은 '마비'된 상태이다. 대한항공은 11일과 12일에도 107편 중 20편과 96편 중 20편만 운항할 예정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9일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만100명으로 지난주 금요일 1만5000명에 비해 30%나 급락했다. 요일인 10일도 지난주말 1만4000명의 70% 수준인 9000여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평상시 여행사직원들과 마중객들로 붐비던 제주공항 도착장도 이날은 거의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제주의 소리
이날 제주국제공항은 평소 주말과 달리 무척 한산한 편이었다. 출도착 모두 평일 수준에도 못미치는 모습으로 도착을 알리는 현황판에는 아시아나항공편을 알리는 붉은 색 글자만 보였고, 관광객을 마중 나온 여행사 관계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쩍거려야 할 3층 대합실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 대한항공편 수속을 받는 곳은 한 두명의 모습만 보일뿐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공항에 있는 종합관광안내소의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의 예약률은 92.8%를 보여 사실상 100%에 가깝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예약률은 파업의 영향으로 60~70%에 그치고 있다"며 "지난주에 비해 입도하는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 G특급호텔 외국인 객실 예약률 90% 추락…L호텔 하루 1백실씩 예약 취소

관광업계 초상집 분위기=제주노선 운송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이 파업이 계속되면서 외부관광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호텔과 렌터카, 골프장 등 관광업계는 초상집 분위기이다.

▲ 평소라면 발디딜 틈 없이 붐벼야 할 제주공항 대합실이 사실상 텅 비어있다. ⓒ제주의 소리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시 G특급호텔인 경우 객실가동률이 주말 90%선에서 60%로 떨어졌다. G호텔은 주말인 경우 평소 외국인 300객실이 찼으나 9일부터 일본편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10% 수준인 30실 밖에 차지 않았다. 무려 90%가 떨어졌다.  

G호텔 관계자는 "벌써 1천실 정도 객실 예약이 취소된 상태"라면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파업에 들어가다 보내 국내외 관광객들이 제주관광을 연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으로 매우 심각하다"면서 "관광지란게 한번 신뢰를 잃어버리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면서 "특히 일본인 경우 사실상 모든 노선이 전면 중단돼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내 L호텔도 하루 1백여실 정도가 예약 취소 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어제는 30%가 취소됐으며 대한항공이 파업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300실 정도가 캔슬됐다"면서 "앞으로 더 많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대한항공 파업의 여파를 그대로 보여줬다.

# 렌트카 업계 가동률 40% 밑돌아…제주관광 엄동설한 허허벌판 내몰려
 
렌트카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도내 최대 렌트카업체인 A업체는 하루 40~50대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전체 예약률의 30% 가량이 대한항공 파업으로 취소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차량 가동률이 평균 70% 수준은 유지돼야 하나 오늘은 40%를 밑돌고 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제주를 찾으려 했던 잠재고객들이 여행지 대상에서 아예 제주를 배제하게 돼 잠재고객이 없어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항공기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에 대한항공은 단 두 편만 보인채 나머지는 모두 아시아나항공으로 채워져 있다.ⓒ제주의 소리
이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아시아나항공 파업때도 그렇지만 설령 파업이 풀린다고 해서 여행객 특성상 막바로 복원되지 않는다"면서 "올해 목표는 고사하고 작년 수준에도 못미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우리 같은 관광업계에서야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는 관광객들만 바라보는 상태에서 항공기가 파업해 뜨지 않는 다는 것은 제주관광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

도내 골프장은 그나마 도내 골퍼들이 라운딩을 하고 있어 호텔이나 렌터카 업계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나 애월읍 R골프장인 경우 주말 80팀에 이르던 라운딩 팀수가 50%가 40% 가까이 줄었으며, 서귀포시 J골프장 역시 20%가 예약 취소됐다.

제주관광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대한항공의 파업으로 따스한 연말을 기대했던 제주관광업계는 어느날 갑가지 엄동설한 허허벌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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