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견적> 표지. ⓒ제주의소리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루가 다르게 많은 거슬이 변한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진심을 우편으로 부치던 때는 어느덧 저물고 사람들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세상은 더 빨리 속도를 내 140자 이내 단문인 트위터가 떴다. 언젠간 사람들은 이마저도 귀찮아 더 짧고 간단한 수단을 찾아낼 테다.

이 가운데 '시(詩)'로 쳐내고 덜어내는 미덕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짧은 시 운동을 벌여온 시 동인 작은詩앗.채송화가 최근 10호 동인지 <시인의 견적>을 펴냈다.

어느 한 지역에 가둬지지 않는 이들은 부산, 전주, 남원, 진주, 서울, 울산, 대전, 제주 등 각 지역에 뻗어있다. 이 가운데 열두 살에 제주로 건너온 뒤 쭉 제주에서 살아온 나기철 시인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절제된 언어형식 속에 구조와 논리와 사유의 체계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가락과 그림이 있는 시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생각을 바탕에 깐 짧은 시 운동은 '집중과 함축이라는 시의 원형을 찾고자 하는 작업'이다. 길어봐야 두 문단, 스무 자도 안 되는 시도 있다. 한 줄만 덜렁 놓여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모자라거나 부족함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백에 스며든 속내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동인지에는 9명의 시인이 각 5편씩 신작시를 내놓았다. 또한 한국 현대시사에 남을 짧고 단단한 시를 한 편씩 골라 소개하는 '한국의 명시'는 김영랑 시인의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이 실렸다.

초대시로 김인욱, 김종태, 심옥남, 이채민, 정순옥, 조동례 시인의 시가 담겼다. '채송화가 읽은 좋은 시'와 '채송화시론'도 덧붙었다.

고요아침. 7500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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