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트스페이스C '여자, 고아, 호랑이' 상영회···“작품 속 문제들 아직 현재진행형”

 

▲ 13일 오후 제주아트스페이스c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여자, 고아, 호랑이' 상영회. '여자, 고아, 호랑이'을 함께 작업한 손딘 퀑(왼쪽)과 진 카이젠이 영화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에 매료된 덴마크 출신 유능한 시각예술가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이 제주관객들과 만나 ‘사회구조 속 억압된 여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았다.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3일 저녁 7시 30분 제주시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33)과 그의 남편인 거스톤 손딘 퀑(Guston Sondin-Kung)이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여자, 고아, 호랑이(The Woman, The Orphan and The Tiger)’ 상영회를 열었다.

카이젠은 간단한 영화 소개 뒤 “이 다큐멘터리는 구조가 개인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 지 보여주려 했다”는 인사말과 함께 작품을 선보였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입양, 기지촌 주변의 매춘부, 위안부 등을 외부적 통념이나 이와 관련해 일반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대신 실제 여성들을 주체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줬다.

기존 여성과 관련된 담론의 접근방식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고 작품을 마무리 한 것도 특이점이다.

카이젠은 작품 제목에 왜 호랑이가 들어났냐는 물음에 “작품을 만든 2010년과 60년전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가 백호랑이 해가 겹쳤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이름붙였다”며 “또 한국 설화에서 곰과 달리 호랑이가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한 점’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여성 관객의 “왜 선명한 결말을 내지 않고 마무리했냐”는 물음에 카이젠은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문제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녀는 “여전히 위안부, 기지촌 여성, 입양과 같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딱 정하지 않고 열려있는 결론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바가 여성과 관련된 이슈가 개인의 탓이 아닌 거대한 구조에 의해 유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젠은 “입양문제에 관련해서도 여성 개인을 비난하지만 다른 측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제국주의, 가부장제를 여성들이 겪어야 했고 이 작품에서 다룬 사회적 이슈들(입양, 기지촌 여성, 위안부)가 비슷한 구조적 이유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13일 오후 제주아트스페이스c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여자, 고아, 호랑이' 상영회에 모인 관객들. 영화상영 후 각자의 궁금증을 직접 감독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이 작품은 이미 지난 2011년 제12회 제주여성영화제에서도 이 작품이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상영회는 오는 26일부터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릴 제14회 제주여성영화제를 앞두고 열린 ‘미리 맛보기’ 성격의 이벤트로 지난 8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카이젠의 개인전과 맞물려 기획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제주 해녀와 4.3과 관련한 그녀의 설치 예술작품들이 선보였다.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난 뒤 덴마크로 입양된 카이젠은 2001년 제주를 처음으로 방문한 뒤 4.3과 제주해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1년 남편 퀑과 함께 4개월간 제주에 머물면서 제주의 풍광과 굿 등 다양한 영상을 바탕으로 4.3과 해녀를 주제로 한 ‘거듭되는 항거(Reiterations of Dissent)’를 창작해냈고 이 작품은 덴마크 EnterPize 전시에서 국제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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