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고나무 기자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가장 문학적.탐미적 전두환 르포"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선 가운데 '인간 전두환'의 전모를 파헤친 책이 제주 출신 신문 기자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은닉 비자금 캐기' 정국에 국민적 관심을 끌고있는 화제작은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북콤마, 1만5500원). 한겨레 사회부에 몸담고 있는 고나무(37) 기자가 썼다.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 고경태씨가 '가장 문학적이고 탐미적인 전두환 르포이자 현대사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할 만큼 저자는 전두환을 둘러싼 진실들을 끈기있게 추적한 뒤 여러 각도에서 전두환 시대를 조명했다.

'전두환'에 대해 쓰려했던 저자는 '언론과 만나지 않는 전두환'과, 전두환 시대의 비밀을 쥔 핵심인물들이 거의 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바람에 취재와 집필에 애를 먹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미국 외교 문서, 각종 회고록, 당시 언론보도, 생존자들의 증언, 학술 논문 들을 죄다 긁어모았다.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은닉재산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다뤘다.

'전두환과 재산'이 단연 눈에 띈다. 미납금 추징 시효가 오는 10월11일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부과된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1672억원을 미납했다. 전 전 대통령이 2003년 4월28일 추징금 환수 관련 재판에서 스스로 밝힌 공식 재산은 단돈 29만원.

▲ 한겨레 고나무 기자.
저자는 검찰이 그토록 많은 추징금을 물린 게 비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뇌물죄를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전 전 대통령의 해명이 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은지 다양한 근거를 들이댔다. 

5공비리 청문회 당시 부인 이순자씨의 소유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던 경기 안양시 토지가 이 씨의 남동생 이창석씨를 거쳐 다시 전 전 대통령의 딸 전효선씨에게 증여된 사실이 그 중 하나다. 저자는 지난해 11월 이 내용을 특종 보도해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전두환의 재산을 숨겨준 사람들'에선 야당의 무능,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 보수 정당의 장기집권 등 세가지 요소가 전두환 재산 문제의 원죄라며, 이같은 원죄가 전두환의 재산을 덮었다면 명의 신탁은 재산을 파묻었다고 고발한다.

당에 의한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통해 최소 2000년까지 집권을 꿈꿨던 비밀문서('88년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한 준비 연구')는 왜 전두환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묘사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진보는 늘 보수를 비웃는다. 비웃음은 무기력하다. 진보는 토론에서 이기고-혹은 이겼다고 착각하고-현실에서 패배한다. 나는 보수가 두렵다"고 썼다.

저자는 베일에 가려진 인간 전두환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여러 인물과 소재를 전두환 주변에 배치했다.

'전두환과 김대중', '전두환과 김종필', '전두환과 박정희', '전두환의 욕망', '전두환의 화술', '전두환과 골프', '폭탄주와 전두환', '사진 속의 전두환' , '호텔리어가 기억하는 전두환', '전두환에 반대한 육사 11기 동기', '민주주의자 조갑제와 전두환' 등이 그것이다.

"노장군(전두환)은 박제된 악마이거나 한물간 개그맨인가? '그는 연구할 가치가 없는 평범한 악일 따름'이라는 진보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클수록 반항심처럼 '민주주의가 1979년의 시대정신이었다면 7년간 성공적으로 시대정신에 맞서 싸운 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반문이 솟아올랐다"

저자는 이 책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철저히 사람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게 저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언론인 김선주씨는 "전두환은 어떻게 죽을까. 전 재산 29만원과 국가에 2000억원의 빚을 남긴채 죽을까. 그래도 되는가"라고 묻고는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은 전두환에 대한 기록일 뿐 아니라 그를 살아남게 한 우리 모두에 대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12년 12월19일 밤 숙제가 생겼다며 "'한국사회의 리더는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고통스럽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인이나 성인이 아니라 문제적 인간을 통해 내가 몸담은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1976년 제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3년 한겨레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사회부 법조팀, 주말섹션 esc, 한겨레21 정치부 등에서 활약했다.

2010년엔 맥주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사를 조망한 <인생, 이 맛이다>를 냈다.

소설가이자 전 중등 교장인 고시홍씨가 저자의 부친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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