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희 作 '오래 입은 옷의 단추를 끼우듯'. ⓒ제주의소리

김지희 시인의 두 번째 작품집 ‘오래 입은 옷의 단추를 끼우듯’이 출간됐다.

1999년 ‘한국시’로 등단한 시인은 2005년 첫 시집 ‘그냥 물안개라 부를 수밖에’를 냈다. 매일 산을 오르며 꽃에서 시력을 얻고 나이에 맞춤한 세상 보기를 연습하며 써 내려간 시 작품들이다.

8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은 짧은 형식의 서정시 72편을 선보인다. 그간 발표했던 작품을 한 데로 엮은 것이다. 딸아이가 자신의 갑년(甲年)이라 돈을 모아 책 발간에 등을 떠밀었다는 머리글로 대신 소회를 밝힌다.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서정시의 특성처럼 김 시인의 시들도 내면의 결을 드러낸다. 60갑자를 한 바퀴 휘감은 나이 이순(耳順),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나이에 이르고 나니 첫 시집과는 사뭇 결이 달라졌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가슴이 먹먹해진다면/창 밖을 볼 일이다//비라도 내려 준다면/빗물에게/수작이라도 더러/걸어 볼 일이다 (중략) 우리 사는 일도/그 누구에게/한 치 기대는 일 없이/그저 묵묵히 살 일이다’ - ‘산다는 것은’ 중에서 

제주에서 나고 자랐으나 결혼하며 고향을 뜬 시인은 제주를 시적 정서의 보고로 가리킨다. 특히 시댁인 세화리에 대한 애정이 유난하게 읽힌다.

‘당신이/존재하기에/지금 내가/그 곳을 떠올릴 수 있다//파도소리에 익숙지 못한/내게서/밤바다는/새벽잠을 앗아갔지만//그건 행운이었다’ - ‘세화리(細花理)’ 1

먼저 떠나보낸 부모에 대한 사무치는 절절함을 내색하지는 않지만 행간 마다 애틋함이 눈에 띈다. 일상에서 문득 마주치는 사물에서 부모에 대한 기억을 풀어낸다.

‘분홍꽃 왁자하더니/세상이 온통/연둣빛입니다//봄꽃 그늘 아래서/당신의 안부를 묻슴니다//그곳의 봄은/무슨 빛인가요/어머니’ - 봄, 니르바나에 들다

김 시인은 1953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여자중학교, 제주여자고등학교 출신으로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만원. BM북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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