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처분을 받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한-중 국제 크루즈선 헤나호가 제주항 외항에 나흘째 정박중이다. ⓒ제주의소리

선사측, 제주법원에 가압류 집행취소 신청...크루즈 나흘째 발 묶여

채무 문제로 제주항에 나흘째 억류된 크루즈선을 두고 선사측이 소송으로 맞서면서 16일 출항을 기대했던 제주도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항에 정박중인 헤나호(HENNA.4만7000톤급) 운영사가 예정된 30억원의 공탁금을 지불하지 않고 이날 제주지방법원에 가압류 집행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논란의 발단은 중국 업체간 채무관계다. 채권자인 S사는 빚을 진 H사가 5800만달러, 한화 약 600억원을 갚지 않고 파산에 직면하자, 채권자를 압박하기 위해 가압류 처분에 나섰다.

문제는 크루즈선이 제주항에 정박한 상태에서 가압류 신청과 집행이 이뤄지면서 애꿎은 승객과 제주지역 관계기관만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제주지방법원 제3민사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채권자의 가압류와 선박 감수보존 신청을 받아들여 13일 제주항에서 선박을 감수했다. 감수란 선박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처분이다.

제주항에서 크루즈선이 감수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초유의 감수 처분에 배 안에 있던 수천여명의 승객들이 꼼짝없이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승객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13일 감수 당시 배안에는 승객 1659명과 승무원 681명 등 2340명이 타고 있었다. 당초 이들은 13일 중국 텐진항을 출발해 제주항과 인천항을 거쳐 중국으로 이동키로 돼 있었다.

법원은 채무자가 공탁금 30억원을 법원에 납부할 경우 채무자의 가압류 취소 신청을 받아들여 출항이 가능하도록 조치키로 했다. 반면 선사측은 예정된 16일 30억원을 공탁치 않았다.

대신 제주지방법원의 가압류 집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내 해상 전문 로펌(법무법인)을 내세워 가압류 집행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의 압류 처분이 과연 정당했는지 여부를 따져 보자는 의미다.

해당 로펌은 “집행취소 신청은 공탁금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도 할 수 있다”며 “제주법원의 가압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오늘) 집행취소 신청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사측은 반발도 거세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S사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헤나호는 채무에 직접 연루된 선박도 아니다. 제주법원이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중국 법률을 침했다”고 주장했다.

선사측이 법원의 가압류 집행에 문제기를 제기하면서 법원의 추가적인 판단이 있을 때까지 크루즈선은 제주항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승객 1659중 상당수는 선사측이 투입한 전세기를 통해 이틀에 걸쳐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갔으나 100여명은 보상 등을 요구하며 나흘째 배 안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선사측에서 공탁금을 내고 오늘(16일) 배가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확인해 봐야 겠다”고 말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