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 제주 간담회...“말  농가 다 죽는다” vs 사감위  "중독 막으려면 불가피"

 

▲ 25일 열린 사감위원회 제주 간담회. 김성이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가 농가들의 말을 듣고 있다. ⓒ제주의소리

마권 구매 상한을 정하고 구매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전자카드제 도입을 앞두고 제주 말(馬) 사육농가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25일 오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김성이 위원장, 김철민 사무처장, 허정옥 위원은 제주경마장을 찾아 10여명의 제주 말 산업 관련농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화두가 된 것은 전자카드제. 올해 말 확정되는 ‘제2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이 날 농가들은 입을 모아 전자카드제가 통과할 경우 정서적 거부감으로 인해 경마장 매출이 급감하고 말 농가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필 한라마생산자협의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때 제주를 말 특구로 지정한다고 했지만 정작 이번 정책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며 “경마장은 매출이 심각하게 낮아져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고, 제주 농가들에게도 엄청나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종 한국경주마생산협의회장은 “사감위가 전자카드로 도박 중독을 줄인다고 하는데 도박으로 패가망신을 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사설 불법경마를 하는 사람”이라며 전자카드제 도입으로 인해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누가 요즘 경마장에서 도박을 하냐”며 “그런데도 사감위는 불법도박은 적발이 어렵다며 단속을 쉬쉬하고 왜 합법 사행사업만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전에도 경마장 매출이 떨어지면 말 가격이 자연스레 떨어져 농가들에게 직격탄이었다”며 “전자카드제도가 통과된다면 아예 말 생산을 거부하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마사회는 현재 전자카드제가 시범운영중인 3곳(인천 중구, 창원, 대구)의 장외발매소에서 매출이 23% 감소했으며, 사감위 계획대로 전자카드제도가 통과해 전면 실시될 경우 전체 매출의 43.8%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감위는 현재 1인당 1회 10만원의 구매상한제 만으로는 베팅횟수를 관리할 수 없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감시할 수 있는 전자카드제 도입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이 위원장은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종합계획에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전자카드 제도 실시 이후 상황을 잘 모니터링해서 농가들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또 “사행산업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어떻게 하면 놀이문화를 즐기겠냐는 취지는 이해해주셔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허정옥 위원은 “장외매장에서 너무 도박 중독자들이 양산되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경마 뿐 아니라 다른 사행사업에도 전자카드제를 도입해 불법을 뿌리뽑고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감위는 2014년부터 전자카드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8년까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제외한 모든 사행산업 업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김 위원장은 “전자카드제는 5년전 1차 계획 때도 포함됐던 사항이고, 의견수렴, 연구를 거쳐 획일적 적용 대신 순차 실시를 하는 중”이라며 지속 추진 의사를 밝혀, 제주 말 농가들과의 마찰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차 종합계획은 올 12월 확정된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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