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펑정지에(Feng Zhengjie). <사진 제공=제주현대미술관>

빨간 립스틱을 칠한 빨간 머리의 여인, 고혹적인 자태에 홀려 시선을 빼앗겼다가 흠칫 놀라기 일쑤다. 사방으로 흩어진 여인의 눈동자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펑정지에(Feng Zhengjie)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한편으론 불안감을 지닌 중국인의 다중적 감정을 이 같은 여인의 모습으로 대변하고 있다.

최근 제주에 작업실을 지으며 인연을 맺은 그가 19일부터 제주현대미술관(관장 강운영)에서 개인전을 연다.

중국 스촨성 출신인 펑은 10여 년 전 부산 사설 화랑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한가람미술관 등 주요 기획전에 참여하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국내 공립 미술관에서 중국 현대미술 작가가 개인전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 2년 전부터 제주에 드나들던 그는 아예 작업실까지 짓고 개관과 함께 전시를 마련했다.

'펑정지에의 유우색(游于色)-색으로 그린 팩션미학의 백미'를 타이틀로 내건 이번 전시는 그가 세계적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던 2007년 전후의 대표작부터 2013년 최신작까지 회화, 입체, 설치 등 45점을 선보인다.

그는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빨간색과 녹색의 보색(補色) 대비를 오히려 기묘한 조화로 끌어낸다. 투박하지만 정감어린 원색의 부조화는 중국 민간의 전통문양이나 그림에서 차용한 것이다.

여인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다루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엔 여인의 전신과 몸짓으로 범위를 확장한 데 이어 중국 당나라의 유명 시(詩)를 작품 배경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이번 제주 전시에서 그는 여태 공개하지 않았던 신작 10여점을 공개할 참이다.  

그의 작업 과정조차도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다. 예술영화 감독으로 알려진 민병훈 감독이 1년 계획으로 영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를 제작할 예정이다.

강운영 관장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와 국제 미술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펑정지에의 만남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제주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중심지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17일까지 미술관 상설전시실과 1·2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문의=064-710-7801.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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