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행정심판위, 기존 승인처분→조건부 승인처분 변경…주민동의절차도 다시

말 많고 탈 많은 무수천유원지의 ‘블랙파인리조트’ 개발사업에 대해 결국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다시 이행하라는 ‘조건부 승인’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청구인인 해안동마을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블랙파인리조트조성사업 시행승인 처분에서 제주시가 환경영향평가를 변경협의로 이행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행정심판 결과로, 기존의 승인처분을 환경영향평가 이행을 조건부로 한 개발사업 시행승인 처분으로 변경할 것을 명한 결정이다.

14일 오후 열린 제주도 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방기성)에서 해안동마을회가 제주시장을 상대로 청구한 ‘블랙파인리조트조성사업 시행승인처분 취소’ 심리 결과, “제주시장이 중국성개발에게 내린 블랙파인리조트조성사업 시행승인처분에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변경협의로 이행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도 행정심판위는 결국 기존의 사업시행 승인처분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는 종전 사업자의 사업승인이 취소된 경우 환경영향평가법 제32조(재협의) 및 제33조(변경협의)가 적용되지 않아 환경영형평가 절차를 새롭게 이행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또한 새로운 사업자가 종전 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더라도 기존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착공해야 하지만, 이 경우 5년 이내 실제 착공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재협의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새롭게 이행하는 경우, 환경영향평가법 제24조 제31조에 따라 ‘변경협의’ 절차와 달리, ▷주민 등의 의견수렴 절차 ▷도의회 동의 절차 등을 이행해야 한다.
 
이날 행정심판위는 사업승인처분 취소를 놓고 고심한 결과, 처분 취소 시에는 사업자가 교통영향평가 등의 모든 행정절차를 다시 이행해야 하는 피해가 예상되고, 사업자의 잘못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법령해석 착오로 변경협의절차만 거치고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는 거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승인처분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위법하지만 수익적 처분의 경우에는 상대방 신뢰보호와 관련해 취소가 제한될 수 있다는 판례(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두17427)가 감안됐고, 처분 취소 시에는 제주도정과 외국기업인 사업자의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 조건부 승인처분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오늘 행정심판위의 결정은 행정청의 법령해석 착오에 의한 것이어서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승인처분 취소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이행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승인처분이었다”며 “이번 결정은 재결서가 처분청(제주시)에 통보되는 날로부터 효력이 발생된다. 통상 보름 정도 소요되는 재결서 통보를 열흘 안에 서둘러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행정심판위가 환경영향평가를 새롭게 이행토록 함에 따라, 당초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절차로만 처리토록 한 결정에 따랐던 (주)제주중국성개발 측의 사업차질이 불가피해 사업자 측 반발은 물론 행정신뢰에도 적지 않은 오점을 남기게 됐다.

한편, 제주도 행정심판위원회는 변호사(5년 이상), 조교수 이상, 4급 이상 공무원에 재직했던 자, 박사학위(5년 이상) 소지자 등으로 구성돼 매회 구성위원 9명 중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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