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혹은 사회변혁의 출발점이었던 대학이 언제부턴가 선거철 각 정당의 '동원정치'에 휩쓸리고 있다. 학업에 열중하느라, 취업에 매달리느라 정치에 무관심했던 캠퍼스의 빈틈을 제도권 정당들이 파고든 셈이다. <제주의소리>가 조용했던 캠퍼스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내걸리는 시점, 또 6.4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을 맞아 대학가에 만연한 각 정당의 줄세우기 실태와 대학생들의 자화상, 대책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 양모씨와 김모씨가 제주지역 모 정당으로부터 받은 당비 납부 안내 문자.

[정치 외풍 타는 대학가] (1) 선거철만 되면 인원동원 몸살...'민주화 출발점' 옛말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양모(22, 제주시)씨는 얼마 전 모 정당으로부터 당비 납부 안내 문자를 받고 황급히 탈당했다.

양 씨는 모 도지사 후보를 지지한다며 정당에 가입한 대규모 인원 중 한명이다.

하지만 동반 입당자 중 상당수가 기존당원과 중복, 주민등록 오류, 본인식별 불가 등으로 제외됐다.

양씨가 입당한 이유는 선배의 권유 때문. 그는 “친한 선배가 학교에 찾아와서 주위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불러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입당원서를 보여주면서 이름만 적어 달라고 해서 응했다”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괜히 선배와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당비로 매월 2000원씩 납부해야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선배가 가입 절차만 통과하면 곧바로 탈당해도 된다고 해서 당비 납부 문자를 받자마자 탈당했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이었던 대학이 정치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기성 세대를 향해 사자후를 토하던 대학생들이 거꾸로 '동원정치'에 내몰리고 있다.  

각 정당은 인원동원의 용이함 때문에 캠퍼스를 두드리고, 대학생들은 지인의 권유를 뿌리치기 힘들어서 혹은 새로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정당 문을 노크하고 있다.

심지어 여러 정당에 동시에 가입하거나, 한 정당에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는 학생도 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김모(22, 서귀포시)씨는 “예전부터 선거철만 되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름만 적어달라고 하는 일이 많다”며 “하도 많이 가입해서 내가 어느정당에, 몇번 가입했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귀뜀했다

또 “이제는 눈치를 보다가 일부러 주민등록번호를 틀리게 적거나 전화번호를 다르게 적는다”며 “이번에 대규모로 가입이 제외된 정당에도 나와 같은 학생이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 가입은 설사 자발성이 없다고 해도 대가성이 없다면 법률 위반이 아니다. 또 자발성 여부를 가려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당 입당은 받아들이는 쪽과 권유하는 쪽의 입장이 크게 다를 수 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강요를 받았다 해도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단 '입당한 후에 나중에 탈당해도 된다'는 식의 권유가 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식사 대접을 하거나 금품이 오갔다면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 제135조(선거사무관계자에 대한 수당과 실비보상)과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이유를 불문하고 선거운동 관련 금품제공 뿐 아니라 금품제공 의사 표시나 약속, 지시, 권유, 알선, 요구, 수령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입당의 자발성 여부는 대학생 본인만 알 수 있다. 결정도 본인의 몫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동원도 결국은 세(勢) 불리기가 목적인 만큼 민의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만 불려놓고 보자는 기성 세대들의 자성과 함께 대학생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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