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공무원 채용자격 '지역제한'…취업기회 박탈
도 공채 외면…"도-시·군 통합 앞둬 제사람 뽑기"의혹

제주대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위해 공무하기를 벌써 2년째인 김모씨(29·제주시 노형동).

공무원을 목표로 지난해에도 시험에 응시했으나 결과는 낙방. 좋은 말로는 취업준비생이지만 백수다. 나이는 이제 서른을 다 채워가고 부모님에게 교통비와 식사시, 그리고 용돈을 매일 받아쓰는 것도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부모님은 장남이라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으나 취직이 안돼 이번 설에는 부모님과 친척집에 가기가 두렵다. 

올해는 꼭 합격해야 겠다는 김씨. 그러나 최근 제주도내 관공서들의 행태를 보면서 '분노'를 삭힐 수 없다.

남제주군에서 공무원을 뽑는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공고를 다운받아 살펴 본 결과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공무원은 채용한다고 공고하면서 '남제주군 출신'으로 제한해 버려 때문에 김군은 아예 응시자격조차 박탈당해 버린 것이다.

올해 들어 시·군이 공무원을 공개채용하면서 '제한경쟁' 방식으로 채용해 취업준비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시·군은 이미 제주도로부터 상반기 공무원채용에 따른 부족인원 파악요청을 받아 도 차원에서 4월에 도 전체적으로 공무원을 공개채용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독자적으로 공무원을 채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시·군이 행정체제 개편에 앞서 마지막으로 자기 사람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시는 9일 20명(일반직 5명, 기능직 15명)을 채용하면서 '시험공고일 전일 현재 본인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서귀포시에 등재돼 있는 자'로 제한했다.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지를 서귀포시로 자격을 제한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9명(일반직 6명,기능직 3명)의 지방공무원 채용을 공고한 남제주군도 '제한경쟁특별 임용시험'이라고 밝히면서 역시 주소지를 '남제주군'으로 못박았다.

제주도 내에서 타 제주시나 북제주군 등 바로 인접한 시군에 살고 있는 취업생에게는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은 또 이들을 선발하면서 필기시험은 생략한 채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으로만 뽑기로 방침을 세워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남제주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 차원에서 공무원을 선발하다보면 제주시나 북제주군지역 출신들이 많이 오게 되고 또 이들은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제주시로 넘어갈 생각만을 하기 때문에 인력관리에 많은 문제가 생겨 부득불 지역제한을 두게 됐다"면서 "제주도 전체적으로나 수험생 입장에서야 지역제한을 두지 않는 게 바람직 하지만 남군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제한도 이번 처음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또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시급히 인력을 채용해야 할 상황에서 시험준비를 하다보면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김모씨는 "제주도가 얼마나 넓은 지역이라고 자신들의 시·군사람들만 뽑고 다른 지역 수험생들에게는 아예 자격조차 주지 않느냐"면서 "자치단체가 말로는 청년실업문제를 운운하면서 제주도민들을 하나로 보지 않고 결국은 자신들의 지역만 챙기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설령 지역제한을 두더라도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뽑는 공무원 채용을 필기시험도 없이 서류와 면접 전형으로만 뽑는 것은 이미 뽑을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채용이라는 형식적 절차만을 밟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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