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환경수도 용역 중간보고회...32개 개별 전략 사업에 전문가들 '선택과 집중' 요구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용역이 백화점식 사업으로 나열돼 '세계환경수도'는 커녕 '한국환경수도'도 못되겠다는 혹평을 받았다.

제주도는 14일 오후 3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중간보고회는 용역을 맡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전성우 선임연구원이 환경수도 비전 및 지표설정, 조성 대책 발굴 및  사업계획 수립, 재정 및 투자계획 수립 등을 발표했다.

특히 전 연구원은 제주환경수도 조성 사업으로 △전기자동차 보급 △탄소흡수원 조성 △환경자원총량제 구축 △보전지역 확대 △친환경 도시재생 △생물다양성 보전 △서식처 복원 △도시 생태공원 조성 △오염원 저감 △물 수요 관리 △지하수 관리 및 보전 △폐기물 발생 저감 △대중교통시스템 개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친환경유기농 섬 구현 △MICE산업 육성 △UN환경대학원 유치 △탄소포인트제 가입 확대 △친환경 도민실천운동 확대 등 32개 사업을 나열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용역보고서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한민국 환경수도는 될 것 같아도 세계환경수도는 어렵겠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적으로 내놓을 만한 사업으로 발전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전략사업을 10개 정도로 축소해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자치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괜찮은 사업들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서영배 서울대 교수는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오늘 중간보고서 표지에 나와 있는 '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에서 제주란 말을 빼고 창원을 넣거나 평창을 넣어도 되는 것 같다"며 "기존의 환경수도나 생태도시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태윤 연구원은 한국 환경수도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이 기준으론 창원에게도 질 수 있다"고 혹평했다.

서 교수는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전략과 세계환경수도 전략을 쓰려고 하는데 환경 논의 중심이 되는 전략을 쓰되 도민들의 삶 속에서 생태계 서비스를 제대로 주는 게 환경수도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이우균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세계환경수도 선정과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개별 사업과 평가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과제들이 정확하지 않다"며 "개별 사업에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효과를 명시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변병설 인하대 교수는 "세계환경수도 평가 타깃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민참여와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 제주가 어느 정도에 위치하는 지 진단하고, 가장 제주도 다운 것을 극대화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국제자유도시 전략과 환경수도 전략이 개발과 보전 갈등 처럼 나타날 수 있고, 전략사업도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다.

홍 대표는 "환경수도가 형식적인 지표 달성 과정이 안되려면 제주사회 비전 문제와 맞닥뜨리지 않으면 안된다"며 "개발분야에서 국제자유도시 전략이 진행되고, 중국자본이 제주 부동산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환경수도를 얘기하는 것은 도민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홍콩과 싱가포르가 환경수도를 한다고 하면 비웃을 것이라고도 했다.

홍 대표는 "다양한 사업들이 워낙 많고,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고, 공학적으로 보면 환경수도 프로세스 이후에 평가.인증할 수 있는 기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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