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수수료에 조기상환수수료까지 모두 고객 부담
"농협중앙회 **지점입니다. 장태욱 고객님 되십니까?"
"그런데요?"
"고객님 저희 지점에 700만원 대출금이 있는데 만기가 다 되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벌써 만기가 다 되었습니까? 그럼 제가 돈을 갚아야 되겠군요. 언제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돈을 갚으시겠습니까? 그럼 지난 21일이 만기일이었기 때문에 며칠간의 연체 이자가 가산됩니다."
"아니 그럼 만기일이 지나서 저에게 연락을 하셨단 말입니까? 농협에서는 평상시에 일을 그렇게 합니까? 아무튼 내일은 바쁘고 모레쯤 방문하겠습니다."
저와 아내는 사글세로 신혼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보증금 3300만원인 임대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그곳에서 3년을 살았습니다.
은행 대출금 700만원은 저희가 그 임대주택에서 나와 집을 구입할 때 받은 대출금 중 일부가 남아 있던 겁니다. 처음에 몇 천 만원으로 시작된 대출금이었는데 일부 갚고 남은 금액입니다.
그리고 그간 단 한 차례도 밀리지 않고 이자를 꼬박꼬박 납부했는데도 대출 만기일이 지나서야 알려주는 무성의함에 한 번 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대출금을 갚고 속 시원하게 털고 나오려는데 한 가지 해결이 안 된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돈을 다 갚았으니 근저당권은 해지시키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근저당권을 해지시키는 비용도 고객이 부담하셔야 합니다. 법무 수수료가 5만원이니 내고 가시면 이틀 후쯤 해지될 겁니다."
결국 은행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고객 돈으로 장사하고 게다가 자신들을 위한 법적 보호 장치까지 마련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서민들의 피같은 돈을 잘도 긁어가는 은행들이 왜 매일 부실운영에, 구조조정에 시달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희 가족은 임대아파트에서 나오면서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끙끙 앓으면서 아파트 회사와 한 달을 두고 싸운 적이 있습니다. 임대아파트에서 나와 집을 사려니까 돈이 모자랐습니다. 은행 가서 돈을 빌리는데, 집을 담보로 잡히고도 법무수수료에 조기상환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했습니다. 돈을 다 갚고 나니 '해지' 비용도 저희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사회 취약계층을 갈취하는 폭력은 뒷골목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도권 내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악용해 서민을 갈취하는 제도화된 폭력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오마이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장태욱 시민기자
taeuk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