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루미수다’ 박석범씨...“매일 새로운 사람 만날 생각에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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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범 씨. ⓒ제주의소리

IT회사에서 10년여. 서서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 주말까지 반납해야 되는 생활. 마흔이 가까워지면서 걱정은 깊어졌다. 40대, 50대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일을 할 자신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하루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일상 중 우연히 방문하게 된 서귀포의 한 게스트 하우스. 그곳에서의 분위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여행객 10여명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도 하고 술도 한 잔 곁들이며 친해져가는 모습에 왠지 즐거움과 설렘이 느껴졌다. 이 순간은 그의 인생을 바꿀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 이런 공간의 ‘게스트’ 말고 ‘호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렇게 2013년 4월 직장을 그만 뒀다. 일단 한 달 간 가족끼리 유럽여행을 떠났다. 답답했던 마음을 한껏 풀고난 뒤 본격적으로 설립 준비를 했다. 꽤 오랜 시간 노력 끝에 마침내 얼마 전 결실을 맺었다. 그만의 색이 담긴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루미수다’의 주인 박석범(37)씨 이야기다. 루미수다는 시청 근처 시내 한복판(보성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다. 차가 없는 게스트들의 편리한 여행 경로와 교통편을 고려하다보니 숲이 아닌 제주 도심을 택했단다. 제주토박이가 직접 만든 게스트하우스라는 점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이름 ‘루미수다’는 ‘룸 이수다’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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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미수다 게스트하우스의 방문객. 사진 선물은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이다. ⓒ루미수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불확실한 길을 택한 셈이지만 마음은 더 편해졌단다.

“오히려 직장을 다닐 때가 걱정이 더 많았죠. 새로운 사업 시작을 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인 게 맞는데 그래도 마음은 편해요. 빚도 지고, 많이 못 벌더라도 정말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일이죠. 사진촬영도 즐거운 일이구요.”

찾는 방문객에게 사진을 찍어 선물로 주는 것은 이 게스트하우스만의 또 다른 특징이다. 8년여를 취미로 한 사진촬영은 이제 전문가 뺨 치는 솜씨다. 어쩐지 처음 문에 들어서는 순간 스튜디오에 온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또 하나의 특징은 매일 밤 벌어지는 ‘노람수다 파티’. 각자 방에서 잠만 자고 아침에 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온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 온갖 사연들을 들어보고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소통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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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미수다 게스트하우스의 노람수다 파티. ⓒ루미수다
사실 그를 이끌었던 건 이런 설렘이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있죠. 오늘은 어떤 사람이 올까, 저녁에는 어떤 이야기꽃을 펼쳐질까. 오시는 분들마다 다 사연이 있어요. 혼자 오시는 분들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취업이 잘 안된 경우도 있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서로 위로도 되고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지 않나 생각해요.”

이제야 막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더 큰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도내 곳곳에 숨겨진 명소를 돌아다니며 소위 ‘출사’도 가고 함께 사진도 찍어주는 ‘루미투어’가 그것이다. 그는 게스트하우스를 ‘잠만 자는 공간’으로만 둘 수 없다는 생각이다. 사진 선물도 수다 파티도 그래서 시작됐다.

“우연히 만나는 우리지만 작은 공간 안에서 친해지고 인연이 될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그가 사람들에게 찍어주는 사진 마다 적어놓는 ‘우연히 만나, 인연이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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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미수다 게스트하우스의 방문객들. 사진 선물은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이다. ⓒ루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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