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릴레이 詩(6)] 김경훈 시인

나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번 제대로 부르고 싶다

 

김경훈 시인(민족문학작가회의)

 

 

학생운동을 하던 국문과 후배 형정이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무덤가에서 나는 목이 메어 그 노래를 도저히 따라 부르지 못했다.

효순이 미선이 죽어 시청 어울림 마당에서 촛불시위를 할 때도 어김없이 그 노래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랬었다 노래가 되어 광장에 울리지 못하고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 그 거리의 누가 볼세라 고개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때에도 나는 민주주의의 죽음이라는 또 하나의 죽음을 느낀 탓일까. 그 노래가 입가에 머물러 목젖을 타고 울컥해졌다.

 

아,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가증스러워라 가진 자들의 논리로 민주주의를 파괴해놓고는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지 마라

추악하여라 꽃다운 아이들 짓밟아 버리고는 허울좋은 재판에 무죄라니

부끄러워라 죽어서도 펄펄 살아 투쟁하고 있을 후배에게 부끄러워라

 

아, 그래 이것이다 이래야 되는 것이다

희망이어라 민중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되세우고 갈라진 나라 온전히 이어야 하리니

가진 자들 저 교활한 음모 앞에서 우리가 가진 건 거리이고 광장이고 단결이지 않은가

민주의 이름으로 우리는 이미 한마음이지 않은가

 

언젠가 어지러운 시간이 지난 뒤, 추억처럼 밝고 맑게 부를 그날이 오면 나도 한번 목청껏 부르리라

죽음의 기억을 뒤로하고 오직 희망으로만 부르리라

이 거리의 그대들과 함께 어깨 걸고 광장으로 나아가리라

저기 촛불의 바다 너머 벌써 후배 형정이가 오고 효순이 미선이가 오고 민주주의가 상기된 얼굴로 마중 나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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