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13) 삼승할망본풀이2-삼승할망과 칠원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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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도맞이 상차림.

1) 아이들[生佛]의 신, 삼승할망(생불할망)과 칠원성군[北斗七星]

아이를 위한 굿 <불도맞이>의 상차림을 보면, 앞에 제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데령상, 공싯상, 보답상 뒤에 마련한 불도할망 상차림은 2단 상하 2층으로 구성되는데, 아래층은 북두칠성을 모셨다고 하는 칠원성군상이며, 위층은 옥황상제의 딸 ‘명진국 따님아기’ 삼승할망상이라 하는데, 위 할망상에는 ‘할망송낙’이라 하는 세 개의 고깔과 세 그릇의 메와 제물을 올리고, 아래층에는 칠원성군송낙이라 부르는 일곱 개의 고깔과 일곱 그릇의 메와 제물을 올린다.

상차림으로 보면, 삼승할망은 3신위이고, 칠원성군은 7신위라는 것이다. 삼승할망은 아이를 낳게 하는 신이고 칠원성군은 아이를 길러주는 신이다. 삼승할망은 어머니의 뱃속에 아기를 배게 하고, 열 달 준삭이 차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출산하게 해 주는 포태(胞胎)와 출산(出産)의 신이다. 삼승할망을 천지부모의 몸에서 태어난 ‘명진국 따님’이라 하는데, ‘할망송낙’이라 하는 고깔을 세 개 올리는 것을 보면, 산신(産神)을 셋으로 인식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북방 샤머니즘의 3·1신관에 입각하여 산신할머니는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라는 생각, 즉 3·1관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 개의 할망 송낙’을 3신(神)의 신체로 생각하고, 세 개의 송낙으로 모신 불도할망[産神]은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3·1신의 원형적인 모습의 신상으로 관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론을 아래층에 모신 아이들을 길러주는 북두칠원성군의 7개의 송낙도 북두칠성 일곱 개의 별을 모두 7명의 신위의 ‘북두칠원성군’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를 낳게 하는 수 3과 아이를 기르는 수 7의 조합에 의한 ‘3×7’ 또는 ‘7+7+7’이라는 수의 조합, 아이를 낳고 기르는 생명의 수 ‘삼칠이 21’이 생겨난 것이다. 아이를 위해 비는 신당의 제일이 7일, 17일, 27일이며, 3,7일에 당에 가는 당이 산육, 치병의 기능을 지닌 신당이라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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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두칠원성군 송낙.

2) 별을 세며 생명의 수(數)를 배우던 칠석날

삼칠일은 칠(七)이 세 번 겹치는 칠월 칠일의 저녁(七七七), 칠석날(七夕日) 밤을 말한다. 그날, 하늘의 별들, 북쪽하늘 중심에 있는 북두칠원성군[北斗七星]이 빛나고, 하늘 가득 은하수가 흐르고, 은하수에는 하늘 삼신상제님의 사자인 까마귀와 까치 떼가 다리를 놓은 오작교(烏鵲橋) 위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별들의 세계이며, 북두칠원성군 신화의 공간을 통칭하는 하늘 칠성의 날을 설명하는 숫자이다.

북두칠성을 바라보고 일곱별을 하나하나 설명하게 되면, 하늘의 별(七星) 북두칠성 일곱 개의 별들은 아이를 키워주는 신 칠원성군(七星)이며, 이 신들은 땅에 내려와 인간의 수복을 관장하고 아이를 키워주는 칠일신(七星) 이야기로 확대된다. 이날 칠성점을 친다. 칠성점(七星占)은 칠석날 밤에 여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인 북두칠성, 직녀성(織女星Vega), 견우성(牽牛星Algedi)을 바라보거나 별자리와 농사와의 관련성을 점쳐보는 풍속이다.

7월 7일(=七夕=七星날) 이날은 칠석제(七夕祭) 또는 칠성제(七星祭)라고 하여 부인들이 밤에 칠성단을 마련해 놓고 음식을 차려 집안이 잘 되라고 복을 빈다. 이를 칠석고사, 칠성고사, 칠성제라 한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칠석날 밤 집의 마당에 병풍을 치고 북두칠성을 나타내는 7명의 신위 ‘칠원성군님의 일곱 개의 송낙(고깔)을 올려놓고, 제물을 각각 일곱 그릇씩 진설하고, 칠원성군님께 아이들을 병 없이 무탈하게 잘 키워달라 비는데 이를 <칠원성군제> 또는 <칠성제>라 한다.

그리고 칠석날에 아이들은 누나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세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둘 나 둘, 별 셋 나 셋....”하며 별을 세는 셈법의 대상은 셀 수 없이 많은 별, 은하계이며, 자기가 셀 수 있는 별의 수를 잊지 않으려고 수를 세며, 세는 수만큼 나를 세는 '별 하나 나하나 셈법'에서 나는, 나의 머리는 별을 담는 그릇이었다. 생각들, 무수히 많은 별 중 내가 세는 별의 수는 ‘나라는 별을 담는 그릇’에 담겨지고 내가 보는 세상, 우주가 형성돼 간다. 별은 존재가 되고 생명이 된다.

명멸하는 별들 중 내가 세는 하늘의 별 수만큼 땅에는 나와 같은 존재[生命]가 있고, 하늘의 별의 수만큼 땅에는 사람이 산다는 생명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사람이 세상에 산다는 것이다. 별이 지면, 지상에 사람도 죽는다. 별이 하나 생겨나면, 지상에 아이가 하나 태어난다는 꿈은 상상력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상상학을 넘어 우주를 넘보는 철학적 사유의 싹을 키웠던 건 아니었을까.
 
별의 수만큼 땅에는 사람이 산다는 것은 하늘에는 자기의 별이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아이에게 별을 가리키며, “저별은 아빠별, 저별은 엄마별, 저별은 삼촌별, 저별은 순동이 별, 저별은 영자별....”하여 하늘의 별들에 주인을 정해 주었다. 하늘의 별들은 이승의 호적등본처럼 생명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이 어머니가 아이에게 부여한 자기의 별과 주위의 별들을 관계 짓는 하늘의 별 이야기는 땅의 생사(生死)의 문제와 연결된다.

생명을 잉태한 별은 지상의 생명과 연결되어 사람의 장수·수복과 연결되고, 죽음을 재생하는 굿, 산육·치병의 굿을 통해 생명의 원리를 만들어냈다. 별마다 저마다 임자가 있다는 것은 별이 가리키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별의 성명학이며 칠성점이다. 이는 칠성 풍수학의 출발이다. 이러한 칠성운수는 하늘의 별이 소멸하고 생성하는 것은 땅의 인간(생불=아이)이 출생하고 사망하는 것과 동일시하 데서부터 비롯하였다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별 이야기를 시작했으며, 별의 과학으로서 하늘 칠성[北斗七星]의 과학 '칠성천문학'을 이야기할 근거를 만들었고, 이제 별의 땅과의 인연을 찾는 과정에서 하늘에서 귀양 와 마을의 본향당신이 된 ‘별공주 따님애기’의 신화와 함께 남방에서 들어온 사신칠성 이야기까지 칠성신화들을 살펴보면서 동시에 하늘과 땅의 칠성(뱀과 용으로 상징되는 칠성)의 주술 '칠성풍수학' 또는 '칠성신화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논의를 확대하여 하늘의 별들의 세계를 땅위에 건설하면서, 다산(多産), 수복(壽福)과 장수(長壽)의 수 7(七)의 관념을 만들었으며, 그 수의 체계는 한류로 분류되는 한민족(韓民族) 보편적이 관념체계를 아우르면서 일반신화에서 파생된 제주의 칠일신(七日神) <일뤠할망> 신화로 나가게 되니, 탐라문화의 특성을 드러내는 점도 많이 나타났다. 제주의 당신화는 산육신 신화이며 생산신화로 칠일신 일뤠할망 신화인데 이 신화의 발생은 제주 고대 탐라인들의 생각들, 별의 탄생과 사람(또는 생명)의 탄생을 동일시했던 데서 연유하는 칠성(북두칠성=별)수리학, “하늘의 별은 땅의 사람 수와 같다.”는 아름다운 상상력에서부터 연유하였다는 것이다. 

3) 땅에 태어난 별,  ‘생불(生佛)’(아이)은 ‘생별’이다.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난 아이는 ‘살아있는 별’, ‘생별→생불’이다. “하늘의 별과 땅의 생명의 상징”으로서 칠성(七星)은 넓게 쓰여, 별, 용, 뱀 등으로 상징되어, 여러 가지 변신 모티브들을 지닌 생명신화를 만들었다. 세상이란 땅에는 문제가 많은 것처럼 하늘엔 별이 많다. 하늘에 별이 많은 만큼 지상에는 사람이 산다. 하늘에 별 하나 태어나면, 땅에는 아이가 하나 태어난다.

그러므로 이 신생아를 생불(生佛 땅에 새로 태어난 별)이라 하는 것이다. 옛날 조상들은 왜 별의 수와 사람의 수는 같다고 생각했을까. 별의 수와 사람 수가 같다고 생각했던 고대의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반짝이고, 그 별들은 땅에 내려와 아름다운 아이, '물애기', 또는 별 같은 아이, 새로 태어난 별, '생별'이 생불(生佛)로 탄생한다는 신화적 상상력이야말로 생명신화 <삼승할망[生佛]본풀이>를 비롯한, 많은 “일뤠할망”이라는 칠일신신화(七日神神話)를 만들어내었다.

또 아이를 생불(生佛)이라 하는 것과 아이를 낳아주고 길러주는 산육신(産育神) 삼승할망을 불도(佛道)할망 생불(生佛)할망이라 부르는 데서 그 뜻을 추적해볼 수 있다. ‘불’과 ‘별’은 어원이 같다. 원래는 같은 뜻 ‘불이 탄다’는 뜻의 명사형이다. 별은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불, 불은 이글이글 타는 불, 살아있는 불, 생산의 불이란 뜻으로 쓰이면서 신화적 의미가 함축되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15세까지 키워주는 불도땅에서 태어난 ‘생명이 살아있는 불’이란 의미에, 살아있는 불(佛=부처)과도 연상이 되는 말로 ‘생불’은 아이란 뜻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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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이렇게 보면 별이란 뜻에서 생명의 의미가 되어 땅의 칠성신은 생명과 다산, 풍요와 산육의 신으로 전의되는 것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생불이 아이란 의미는 앞의 두 가지 가설 아무데 같다 붙여도 의미가 통한다. 아이를 생불이라 부르는 것은 아이는 별[星], 불[火]이 같은 어원에서 나온 ‘살아있는 별(불)’이란 것이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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