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도의원 14명 "도민에게 사죄하고 결단을 내려라"

제주도의회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우근민 지사에게 사실상의 도지사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우 지사의 당적 변경을 둘러싼 여야간의 정쟁이 제주도정에까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의회 김영훈 의장과 고석현 부의장, 홍가윤 운영위원장, 허진영 행정자치위원장 등 한나라당 소속 13명의 의원과 민주당 소속 임기옥 의원 등 모두 14명의 의원은 30일 오후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근민 도지사는 훼손된 도민의 자존심과 증폭된 도민 갈등해소를 위해 지금이라고 특단의 결단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14명의 도의원을 대신해 성명을 낭독한 고동수 의원은 '특단의 결단'에 대해 사퇴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의원들은 "최근에 일어난 우근민 도지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제주사회는 혼란에 빠져들고, 도민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전제한 후 "민생경제는 도탄에 빠져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시점에서 제주도지사는 도민의 민생경제를 추스르고, 도민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전념해야 하는 게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책임"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근민 도지사는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산적한 도정현안과 민생경제를 뒤로한 채 도민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를 하면서 1200명의 지지자들을 이끌고 '선거 올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 지사는 정부(여성부)가 결정한 자신의 성희롱 행위에 대해 행정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며,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며 우근민 지사의 아킬레스근을 걸고 넘어지고는 "이 같은 시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후안무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근민 도지사는 도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우 지사의 당적변경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도의원들은 또 "우 지사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성희롱 사건 및 선거법 위반행위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연결시켜 도민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한심한 술수적 언급도 서슴지 않은 비굴함까지 보이고 있다"며 전날(29일) 우근민 지사가 열린우리당 입당식에서 말한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우근민 도지사는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상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더 이상 위반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말하고는 "최근 도지사 본연의 책무를 외면하고 '선거 올인' 한데 대해 도민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 "우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세 번씩이나 집권여당으로 당적을 변경함으로써 훼손된 도민 자존심과 증폭된 도민갈등 해소를 위해 지금이라도 특단의 결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에는 18명의 도의원 중 한나라당 소속의 고석현 강원철 고동수 김영훈 홍가윤 양대성 허진영 김용하 양우철 강호남 한정삼 현승탁 김영희 의원과 민주당 소속 임기옥 의원(비례대표)이 서명을 했으며, 기자회견장에는 고석현 강원철 고동수 양대성 김용하 강호남 한정삼 김영희 의원 등 8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29일 민주당을 탈당한 부봉하 한성률 의원과 탈당여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 김병립 강창식 의원은 서명을 거부했다.

전체 18명 중 비록 절대다수인 14명의 의원이 이날 성명에 동참했더라도 이중 13명이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4.15총선을 앞둬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우근민 도지사에 대한 포문을 연 힘 겨루기라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근민 도지사의 당적 변경논란은 4.15총선의 결과에 상관없이 향후 제주도와 도의회간의 관계가 원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결국 우 지사 당적 변경의 불똥이 제주도정에까지 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특단의 결단이 도지사직 사퇴를 의미하는 것인가.

고동수 의원 : 두 글자로 줄이라고 하면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 도의원의 성명발표가 총선과 연계된 것은 아닌가.

고동수 의원 : 아니다.

강원철 의원 : 혼자 조용히 입당하든지 탄핵직후 입당하든지, 아니면 총선이 끝난 후에 입당해도 될 것이 아니냐. 우 지사는 총선을 역이용 한 것이다. 도민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고동수 의원 : 도민갈등을 해소해야 할 도지사가 반대로 거꾸로 가고 있다.

- 동료의원 3명이 우리당으로 간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고석현 의원 : 개인의 목적이 있어 가는 것에 대해 가라 가지 말라 할 수 없지 않느냐.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고동수 의원 : 비판 받아 마땅하다.

-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고동수 의원 : 김병립 의원과 강창식 의원은 뜻을 같이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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