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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공들였던 야권인사 대신 언론계 출신 발탁...검증 대비한 대언론 보험용?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선거공약 1순위 '협치' 대신 '안정'을 선택했다.

원희룡 지사는 3일 이지훈 전 시장의 낙마로 새롭게 공모한 제주시장에 이기승(63) 전 연합뉴스 제주지사장(부국장)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조천읍 신촌리 출신으로 원 지사의 고교(제주일고) 선배다. 대학(명지대)은 중퇴했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 과정과 제주대 고급환경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1977년 제남신문으로 언론계에 투신한 후 1982년 7월1일 연합뉴스에 입사, 연합뉴스 제주지사장, 편집국 편집위원(부국장)을 지냈고, 2009년 정년퇴직했다. 

연합뉴스에서 퇴사한 후 2009년 10월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에 임명돼 임기 3년을 마친 뒤 연임됐다.

제주도는 이 내정자가 오랜 기간 언론계에서 활동했고,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행정을 두루 섭렵해 제주시정을 잘 이끌 것으로 판단해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민사회에서는 이번 원 지사의 선택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이 내정자가 언론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사일 지 모르지만 도민사회에서는“이기승씨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원희룡 지사의 선택을 받은 것이냐”며 갖가지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도대체 이기승 내정자가 누구냐고 되물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게다가 이 내정자와 함께 추천된 야당 인사 K씨의 경우 원 지사가 '협치' 대상자로 처음부터 공을 들여왔던 인사여서, 원 지사의 선택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 지사가 야당이나 시민사회와의 협치 보다는 검증에 대비한 대언론 보험용(?)으로 언론계 출신을 내정함으로써 '안정'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언론계 출신인 이기승 내정자에 대해 도민들은 잘 모른다"며 "인지도도 낮고, 알려지지 않은 인사가 제주시장에 내정돼 의외"라고 말했다. 

지방정가에서는 ‘이지훈 전 시장 낙마 사태’가 빚은 반면교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 지사가 시민단체 출신인 '이지훈 카드'를 빼들었지만 여론의 혹독한 검증 끝에 한달만에 낙마한 것처럼 야당 출신이긴 하지만 야권 전체의 총의가 모아지지 않은 K씨를 임명할 경우 이번엔 야권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항간에선 이 내정자가 신구범 전 지사와 동향으로 신 전 지사는 물론 김태환 전 지사가 적극 밀었다는 설도 있다. 또 전임 도정 때 추천된 현직 감사위원으로서 원 지사가 부담스러워 했다는 후문도 있다.

분명한 것은 원 지사가 부담스러운 야당 출신 대신 여론에 민감한 언론계 출신을 선택함으로써 도정(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향후 인사청문 정국에서 언론이 언론인 출신을 혹독하게 몰아부치지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원 지사의 제1공약인 '협치'가 벌써부터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론 행정시장 임용 하나만으로 '협치'의 후퇴로 규정짓기는 무리지만, "협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도민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원 지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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