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공무원들, 원희룡 지사에 '거침없는 제안'...원 지사 '칼퇴근' 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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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지사가 4일 오후 신세대 공무원들과 토론회를 가졌다.
"지사 먼저 칼퇴근 하면 하위직도 퇴근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엄마는 왕따입니다"

"제발 간부 티타임하면 티(Tea)만 마시면 안됩니까? 내부자료만 요구하느라 자기업무는 못하고 있습니다"

30-40대 신세대 공무원들은 거침이 없었다. 

제주도는 4일 오후 2시 도청 4층 대강당에서 '더 큰 제주를 위한 신세대 공무원 플러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1970-80년대 출생한 공무원 130여명이 원희룡 지사와 함께 마음을 터놓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다.

원 지사가 인삿말을 통해 일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가감없이 얘기해 달라고 하자, 7급 주무관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퇴근시간 조정, 업무 인수인계, 회의 자료 부담 등 일상적인 업무부터 행정시 기능강화, 공무원 내부제안 공론화, 외국대학 유치 등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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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지사가 4일 오후 신세대 공무원들과 토론회를 가졌다.
30-40대 공무원들의 가장 많은 불만은 퇴근시간과 내부 회의자료 문제였다.

문지영 사무관은 "제주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직사회 공통 문제인데 초과근무가 관성화됐다"며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데 상황이 야간근무를 하게 만든다. 어떻게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 사무관은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인데 지사께서 칼퇴근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주무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공무원 엄마들이 주변 엄마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정보도 없고,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신경쓰지도 못하고 있다"고 동조했다.

이승복 주무관은 "공무원들이 일찍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니 자료를 요구하는 곳이 너무 많다"며 "도의회는 물론 총무과, 정책기획실 등에서 하도 자료를 요구받다보니 본연의 업무보다 내부 자료 챙기느라 시간을 쏟고, 늦게 퇴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주무관은 "내부자료 요구를 최소화해서 본연의 업무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김영주 주무관도 "간부 티타임을 자주 갖는데 일선 하위직 공무원들은 티타임 자리에서 제발 '티'(Tea)만 마셨으면 한다는 농담을 한다"며 "일을 위한 자료가 아니라 보고를 위한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정훈 주무관은 "제주도의 경우 회의가 너무 많다. 지사님 주재 회의부터 부지사 회의, 실국장 회의, 부서별 회의까지 회의할 때마다 보고자료를 만들고, 백데이터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업무를 못한다"며 "꼭 필요한 회의만 하고, 통합해서 자료요청을 최소화해 달라"고 원 지사에게 읍소했다. 

박요준 주무관은 제주도가 행정시 기능강화는 커녕 오히려 행정시 공무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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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지사가 4일 오후 신세대 공무원들과 토론회를 가졌다.
그는 "행정시가 각 마을 연차별 지원현황과 계획을 신청받아 지원을 하면 떨어진 마을에서 지사 연두방문 당시 애로사항으로 건의하고, 도청 담당부서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일부 마을회장은 도청에 직접 건의해서 예산을 따오고, 행정시는 무시한다"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은 "제주도가 스스로 행정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며 "마을사업을 일괄 행정시로 편성하고, 도와 행정시가 서로 협력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안혜영 주무관은 "업무 인수인계와 관련해 표준이 없어서 정리를 잘 해준 전임자가 있으면 제대로 된 인수가 되는 반면 아예 제대로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떠나는 경우도 많다"며 "최소한 표준을 만들어서 인수인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무관은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인사 일주일 전에 예고를 해서 업무 인수인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한다"며 "인수인계 실무자 사인이 없으면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안과 건의를 들은 원 지사는 퇴근 문제에 대해 확답을 했다.

원 지사는 "매주 수요일은 '칼퇴근의 날'로 정하자"며 "수요일 오후 6시 이후 실국장과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남아 있으면 사유서를 쓰라고 하라"고 배석한 정책기획관과 총무과장에게 지시했다.

또 원 지사는 회의자료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자료생산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 지 정책기획관실에서 연구해서 30%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업무 인수인계와 관련해서도 "총무과에서 충분히 검토해서 다음 인사에서 반영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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