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평가위, '곶자왈 훼손 축소' '진입로 변경' 철회
특별법 절차무시 '버스' 안에서 회의소집 전격 통과

▲ 빗금친 부분이 곶자왈 훼손지역. 하단 왼쪽 빨간색 부분이 진입로.
제주도통합환경영향평가심의위가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결정한 지 일주일만에 공식적인 회의 절차도 없이 '조건부' 단서를 철회해 법적 절차는 물론 위원회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켰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사업자측의 편의와 개발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특별법 시행조례 66조 '통합영향평가심의위의 회의소집'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돼 적법성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는 지난 2월24일 한라산리조트 사업자인 ㈜더원이 제출한 통합환경영향평가 재심의에서 교통.재해 분야는 원안대로 동의결정을 내렸지만 환경분야에서는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조건부 동의 내용은 개발계획상 '5만평이 훼손될 것으로 예상되는 곶자왈 훼손면적을 축소할 것'과 '곶자왈지역을 꾸불꾸불한 형태로 관통하게 설계된 골프장 진입로를 변경하는 것' 두 가지다.

통합영향평가심의위가 '조건부 동의'를 결정함에 따라 ㈜더원은 사업을 추진할 경우 곶자왈 훼손면적을 축소하고, 진입로를 변경해야 한다.

열흘전 조건부 동의 어디로 갔나?...더원 "당초 약속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더원은 통합영향평가심의위 환경분과위의 지난 3일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 예정지인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 교래곶자왈 현장답사에서 '조건부 동의'에 따른 '곶자왈 훼손면적 축소'와 '진입로 변경'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더원은 곶자왈 훼손면적을 전체 5만평 중 불과 1.2%인 640평만 축소하고, 진입로 변경 문제는 '친환경 공법'으로 사용하겠다고 버텄다.

통합영향평가심의위는 사업자측의 이런 설명을 듣고 2시간 가까이 현장을 둘러본 후 예정에도 없던 회의를 버스에서 개최해 '조건부 동의'안을 철회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문제를 제기했고, 고유기(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위원은 '조건부 동의' 철회를 강행하려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불법적인 회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 한라산리조트 현장실사를 한 통합영향평가심의위 위원들

'부실용역' 비판에...사실상 '개발 면죄부'까지

이처럼 스스로 '조건부 동의'를 결정해 놓고 현장실사에서는 비공식적 회의를 통해 '철회'를 결정한데 대해 도내 환경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와 제주도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의 통합영향평가가 환경단체로부터 '부실용역'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상황에서 빚어진 이번 통합영향평가위의 철회 결정은 사업자에게 사실상 '개발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환경단체 몫으로 통합영향평가심의위에 참석하고 있는 고유기 위원은 "현장실사는 조건부 동의에 대한 ㈜더원측의 약속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하지만 2시간여 현장을 대충 확인한 후 버스안에서 '조건부 동의' 자체를 뒤집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고 위원은 특히 "논란끝에 전체 통합영향평가심의위 '재심의'에서 조건부 동의를 결정했던 사항을 환경분과위 8명이 비공식적 회의를 통해 철회한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 등 법적절차를 스스로 무시한 것이자 위원회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이럴 바에는 무엇 때문에 '재심의'를 했고, 조건부 동의를 했는 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방훈 도시환경국장 "절차상 큰 문제없다"...환경단체 대응 '주목'

제주도가 개발사업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추동한 것이 아니냐는 정황적인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통합영향평가심의위 중 환경분과위의 당연직 위원장은 도시환경국장이 맡고 있다. 특별법 시행조례 66조에 따르면 통합영향평가심의위 회의소집을 하려면 7일전 통보해야 하고, 부득이할 경우 3일전까지 알려야 하지만 제주도는 28일 오후에야 공문을 통해 현장실사를 한다고 위원들에게 통보했다.

일부 위원들에게는 전화로 현장실사를 한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회의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고 위원은 "통합영향평가심의위 위원은 총 36명이고, 환경분과는 13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환경분과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시환경국장이 개발 면죄부를 주기 위해 비공식적인 회의를 유도한 것 같다"고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제기에 대해 김방훈 도시환경국장은 "평가심의위 위원들이 현장실사를 한 후 '곶자왈 훼손 축소'와 '진입로 변경' 등 조건부 동의안의 철회에 대해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회의 참가 위원 과반수 이상 찬성했기 때문에 절차상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도내 환경시민단체 10개 단체는 6일 오후 1시 '조건부 동의' 철회에 대해 기자회견과 지사면담을 통해 공식적인 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

▲ (주)더원측의 사업변경 내용을 듣고 있는 통합영향평가심의위 위원들.

▲ 김방훈 제주도 도시환경국장(앞 왼쪽)은 "회원 참가인원 과반수 이상의 참가로 인해 절차상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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