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와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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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29) 녹두꽃 필 때에 /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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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rvive / 블랙홀 (1990)

정부군의 진압으로 잠잠해졌지만 아스팔트 위에서 부릉부릉 거리며 언제 다시 들고일어날지 모르는 청년들이 있다. 일명 폭주족. ‘블랙홀’의 노래 ‘바람을 타고’가 전투가가 되겠지만 그전에 ‘블랙홀’의 ‘녹두꽃 필 때에’가 있었다. 역시 청춘의 박동소리는 헤비메틀이다.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대학교에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는데 짜장면을 오토바이에 싣고 배달 온 사람은 이 학교 졸업생이다. 선배들이 졸업하신 선배님께 인사를 드리라 하자 졸업생은 짜장면 그릇을 내려놓으며 뇌까린다. 밖에서 나보고 아는 체하지 말라고. 청년 실업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꼬집고 있다. 알바로 몇 개월만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킨, 피자, 중국음식 등을 배달하는 청년들은 시간과 다퉈야 하는 일이기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늘 뒤따르고 낮은 임금 등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정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거부한 청소년들은 스무 살 무렵에 배달업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기술도 배우지 않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손가락을 꼽기 때문이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을 기념하며 폭주족들이 도로를 질주하며 광란의 밤을 보내는 그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그들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오토바이에 태극기를 꽂고 달리는 모습도 흔했다. 그것은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분노로 일어선 민중들처럼. 올해는 갑오년이다.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가 여전한 2014년. 촛불로 들고 일어서기도 한다. 억울한 죽음이 만연하고, 부자들의 세금은 줄이고 서민들의 세금은 올리는 등의 200년 전의 탐관오리들이 다시 횡행하여 우리는 다시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굉음을 내며 청와대로 돌진하는 것이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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