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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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30) 로쿠차 구다사이 / 이랑 & 진주조개잡이와 사람낚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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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 프로젝트 컴필레이션 / 이랑 & 진주조개잡이와 사람낚는어부 (2008)

배지근한 고기국수 한 그릇이면 헛헛했던 마음까지 부드럽게 풀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음식이 그저 배만 채우는 것이 다는 아니다. 음식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백석을 흠모하여 백석처럼 음식에 관한 시를 쓰고 싶었지만 맛깔스럽게 음식에 관한 시를 쓰는 것은 어려운 요리법이다.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네우림을 생각하고 /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백석의 시 ‘가즈랑집’ 중에서) 같은 잘 우려낸 국물이 생각나는 시를 쓰고 싶지만 삶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서인지 쉽지 않은 일이다. 저녁이 되면 재작년에 작고한 정군칠 시인과 먹던 동태찌개가 생각나곤 한다. 연동에 있는 식당인데 가면 그릇에 눈물이 떨어질까봐 차마 가지 못하고 있다. 정군칠 시인의 장례식에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안도현 시인이 왔다. 안도현 시인이 추모사를 하는데 첫 마디가 “이제 제주도에 오면 누구랑 회를 먹어야 하나요?”였다. 안도현 시인도 음식, 특히 지역 음식에 관심이 많다. 장례식장에서도 그는 묵묵히 밥을 먹다가 반찬들의 이름과 재료에 대해서 묻곤 했다. 정군칠 시인이 세상을 뜨는 날, 집에서 준비했다는 몸국이 나왔다. 몸국은 고인이 평소에 좋아했던 음식이라고 했다. 조문객들은 모두 말없이 뜨끈한 몸국 그릇 속에 얼굴을 묻어야만 했다. 안도현의 동시집 제목은 ‘냠냠’이고, 그의 시 ‘스며드는 것’을 읽으면 간장게장을 그냥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안도현 시인은 음식 시를 많이 쓴 백석의 생애를 기록한 ‘백석 평전’을 쓴 모양이다. 상명 외할머니가 만들어주던 빙떡에 대해서 쓰고 싶은데, 시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 글은 며칠 전에 라면을 먹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나는 주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있는데 내 혀를 속이고 진국에 대해서만 쓰려고 무언가에 경도되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햄버거, 피자, 라면에 대한 시를 쓰면 되겠구나. 이것이 삼시세끼였으니. 혀는 믹스커피를 원하는데, 시는 녹차를 쓰려고 한 것이다. 그래도 믹스커피보다는 녹차를 노래하고 싶은 이 마음을 어떻게 할까.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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