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리조트 '조건부 동의' 통합심의위원 목소리
"영향평가 무의미"…"앞으로 참석않을 것"

제주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가 스스로 '조건부 동의'를 버스안 회의로 철회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심의위원들은 '영향평가 무용론' 등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제주도가 '녹취록' 및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한라산리조트 현장실사 후 통합영향평가심의위 환경분과위원들은 일부 위원들의 반발에도 '곶자왈 훼손 최소화' '진입로 변경' 등 '조건부 동의'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런 철회 소식이 알려지자 환경.시민단체는 물론 노동.농민단체, 종교인까지 나서서 '원천무효'라며 반발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각 단체들은 '심의위원 사퇴' 등 화살이 제주도와 사업자는 물론 심의위원들에게까지 겨누자 심의위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김영희 위원, "사상 초유의 일"…"이런 식이라면 통합영향평가 무용지물된다"

'조건부 동의' 번복 회의에 불참했던 김영희 위원은 "현장조사에 참여하려고 했었는데 공문을 받지 못했었다"며 "도에서 가기 전날인 2일 전화로 '참석할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지만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회의 소집하려면 일주일 이전에 공문을 통해 알려줘야 하는데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위원은 조사 후 버스안 회의와 번복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은 "현장 조사 후 회의를 통해 앞서 결정한 내용을 번복한 예는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건부를 붙였으면 순수하게 해야 되는데 그런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제주도"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재심의에는 심의위원과 도, 사업자가 합의해 진입로를 변경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이런 식으로 회의 결과를 뒤집어 버린다면 통합영향평가는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고 강조했다.

또 회의 참석하지 못했던 박용이 위원은 "학교에 회의가 있어서 현장답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결과론적 얘기만 들었다"며 "그날 회의에 참석했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 김미영 위원, "다음부터 심의위원 회의에 나가지 않겠다"…"있을 수 없는 일"

김미영 위원은 버스안 회의로 '조건부 동의'안이 번복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김 위원은 "없었던 일로 하자니 사업자에게는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고, 그대로 가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게 불보듯 뻔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감정을 밝혔다.

김 위원은 "이번에 현장을 처음 가 봤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소한의 방법을 찾는 것인데 그게 잘못돼 버린 느낌이며, 잘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렇게 해도 되나'하는 회의도 든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행정에서도 영향평가를 적절히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10일에 묘산봉 심의를 해야 하는데 현장 한번 가보지 못한 상태에서 심의하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심의위원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이용두 위원, "재심의에서 나왔던 '조건부 동의' 결정 녹취록과 회의록 공개해야"

이용두 위원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하는 '심의위원 사퇴'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위원은 "심의위원 사퇴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심의위원도 나름대로 고생한다"며 "그런 부분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재심의에서 결정했던 '조건부 동의' 결정에 대해 위원들의 논란이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제주도는 회의록과 녹취록을 공개해서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