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 대표작가 데이비드 알란 하비, ‘제주 해녀 세계화 프로젝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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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알란 하비. ⓒ 제주의소리
요새 제주 해녀촌에는 챙이 넓은 중절모를 쓴 나이 지긋한 외국인 신사가 쉽게 목격된다.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하게 쳐다보던 해녀들은 금세 그의 친구가 됐다.

이 미국인은 세계적인 보도사진 작가 그룹 매그넘(MAGNUM PHOTOS)의 대표 작가 데이비드 알란 하비(David Alan Harvey, 69).

그는 지난 달 28일부터 제주 전역을 돌며 렌즈에 제주 해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작업은 제주도의회 제주문화관광포럼(대표 이선화)의 ‘제주해녀 세계 프로젝트’다. 포럼은 3년 전 하비가 한 차례 제주를 방문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이번 작업을 요청해왔다. 세계무형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제주 해녀를 올바로 알리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 가을, 하비는 성산, 우도, 김녕, 종달, 하도 등 제주 곳곳에 해녀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강인함과 소박함, 외로움과 친밀감, 웃음과 침묵 등 해녀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정서를 앵글 안에 담았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최다 게재 작가지만 해녀들 바로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쉽지 만은 않았을 터다. 더군다나 낯선 외국인이다. 그에게 비결을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영어를 못해도 눈으로 대화할 수 있다. 악수를 하고 아이컨택을 한다. 첫 날은 부끄러워하지만 계속 찾아가면 내가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흥미를 갖는다. 내가 찍은 사진도 보여주고 같이 농담도 하다보니 점차 가까워졌다”

그는 작업에 굳이 대형 장비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주로 촬영한 것은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 의외였다. 그는 “사진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가서는 게 중요하다”며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장비 대신 작은 미러리스를 사용한다. 그들이 너무 신경 쓰이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인 하비의 눈에 비친 제주해녀는 ‘강인함의 상징’이었다. 우도에 촬영 갔을 때 일이다. 84살 해녀가 바다에 뛰어드는 것을 목격했다.

“물 밖에선 노인인 그들이 물 속에서 그들은 어린 소녀처럼 움직인다. 다이빙을 하고 물 속에서 너무 멋지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믿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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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달랐지만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해녀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는 데이브드 알란 하비. ⓒ 이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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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중인 데이비드 알란 하비. ⓒ 이경택

낯선 이국 땅, 이 섬과는 무관해 보이는 그이지만 해녀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작업이 그에게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씁쓸함과 굳건함이 얼굴 위에서 교차했다.

“해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아쉽다. 내가 만난 해녀 중에는 50년 이상 물질을 한 사람도 있었다. 따라서 나는 한국역사의 순간을 기록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결과물이 굉장히 가치있는 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번 달 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해녀의 가족과 공동체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다이나믹한 물 속의 동작과 잠수복을 입은 모습만큼 그들의 일상 자체가 삶을 온전히 드러낸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완성된 작품은 매그넘 웹 사이트에도 공개되고, 최종적으로 사진집으로도 발간된다. 그런데이미 반응이 뜨겁다.

지금까지 촬영된 그의 작품들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온라인 저널 PROOF(http://proof.nationalgeographic.com/)에 소개되고 있다. 또 지난 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그에 사진에는 12일 기준으로 무려 15만여명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고 2998명이 코멘트를 달았다. 그의 개인 인스타그램에도 지인들이 찬사를 늘어놓으며 제주해녀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을 매개로 벌써부터 온 세계가 제주해녀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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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vid Alan Ha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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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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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vid Alan Ha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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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vid Alan Ha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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