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소장, ‘이여도’ 표기 ‘청용만고(聽舂漫稿)’ 입수...“학문적 논의 영역 확장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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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 제주의소리

제주도민의 이상향이자 피안(彼岸)의 안식처로 불려온 ‘이어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명칭이 표기된 19세기 고문헌이 발견됐다. 그 동안 이어도로 추정되는 섬이 고지도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이어도’라는 명칭이 담긴 20세기 이전 문헌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오후 이어도연구회(이사장 고충석, 제주국제대 총장)가  주최한 ‘이어도 학술·문화의 밤’ 에서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은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박 소장은 이 날 발표에서 지난 6월 지인으로부터 입수한 이용호(李容鎬)의 ‘청용만고(聽舂漫稿)’에서 ‘이여도(離汝島)’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며 이 자료의 사료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용호는 충청어사와 경상순무사를 역임하고, 흥선대원군 때 발탁돼 정무에 임하다 명성황후 집권 뒤 1897년 제주에 유배된 인물이다. 이용호는 7년 간 제주에 머물며 쓴 시를 모아 청용만고를 저술했다. 청용만고는 '방아 찧는 소리 처럼 생각 내키는 대로 얽은 시문'을 뜻한다.

제주도가 원나라에 말(馬)을 바치는 역사가 있음을 소개하며 이를 위해 바다를 건널 때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이여도가 등장한다.

문헌에는 ‘가족들이 이여도로 배웅하며 떠나보낼 때 노래를 부르며 결별했다. 이여도란 곳이 지금 어느 곳인지는 상세히 알 수 없으나, 토박이들이 그 소리를 전하게 되면서 그게 바로 오래된 풍속으로 자리 잡았던 거 같다’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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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이 소개한 ‘청용만고(聽舂漫稿)’의 일부분. ‘이여도(離汝島)’가 눈에 띈다. ⓒ 제주의소리

여기 나온 이여도의 한자를 그대로 풀이해보면 ‘너를 떠나보낸 섬’이라는 의미. 제주도 설화에서 거론되는 이어도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또 이어도와 관련된 설화에서 원나라에 말을 진상하는 내용들이 등장하는 것과도 일치한다.

이번 문헌 발견 전까지 이어도라는 명칭이 확인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23년. 당대 지식인이었던 강봉옥은 '개벽'(開闢)이라는 잡지에 이어도 후렴구가 담긴 민요를 소개한 바 있다. 강봉옥은 ‘이허도(離虛島)는 제주 사람들이 동경하는 이상향’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박 소장의 이번 발견으로 이어도를 둘러싼 학문적 논의는 19세기까지 그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소장은 “이용호, 강봉옥, 그리고 정병주(이어도를 다루는 본풀이를 하는 무당)의 얘기가 모두 고려말 원나라 지배기와 관계가 있음이 드러난다. 이 말은 적어도 이 전설이 탐라의 원나라에 대한 마필진상과 관련된 시기적 추정과 이여도 이야기의 기원을 가늠하게 되는 대목”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또 “그렇다고 해도 이 강남해로 상의 ‘소코트라 락(Rock.암초)’을 당시 제주뱃사람들이 인지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 섬을 본 이상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그것은 저승의 영토요, 피안의 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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