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릴레이 詩(6)] 문무병 시인

 

질치기

 

설운 님 오시는 길은
봄밤 새풀 돋아난 바람길이어라
비비둥둥 살장고 치며
혼 씌워 오는 밤에
하올하올 날아서 오는
나비 다리어라

테우리 마소 모는 소리 유연하고,
질토래비는 자왈곶 헤쳐가는데
어둔 밤 참호의 비명도 이어지는
어욱꽃 뉘엿뉘엿 눈부신 한라산,
님이 오시는 길은
바람길 구름길이어라

청원한 소리 안개 속에 흐르는
저승길 대나무 상가지
백지 나부끼는 자왈곶 지나,
저승문 문직대장에 인정 걸고,

저승길 무명천 밟으며 상마을 도올라
아, 님이 오시는 길 열려 맞자

자손은 조상 그려
조상은 자손 그려
비새같이 울음 우는 봄밤
님이 오시는 길,
칭원하고 원통한 저승길 열두 구비
열려 맞자

 

 

문무병/1990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깨어있음의 시' 동인. 시집 '엉겅퀴꽃', '날랑 죽건 닥밭에 묻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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