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땅에 스민 시간'…22일부터 서울 학고재

   
한국을 대표하는 민중화가인 제주출신 강요배(54) 화백이 제주 역사의 칼바람이 한결 누그러진 근작 39점으로 전시회를 연다.

지난 2003년 개인전을 갖은 이후 3년만에 다시 모습을 그러낸 강 화백은 '땅에 스민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자연과 그 속에 동화되어 서서히 달라지는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에 전시되는 39작품은 이전 강 화백의 작품과는 다소 다른 것으로 자신의 화실 근처에 심어 놓은 수선화 맡이나, 달아래 억새꽃 등의 소재를 택했다. 산굼부리와 제주 바다의 모습, 달밤 등 제주의 자연도 담아 우리에게 대지와 같은 편안한 느낌과 따뜻한 공감으로 다가오도록 했다.  

또 이전 작품들의 암갈색이나 회색조에서 벗어나 밝은 노란색이나 연분홍색으로 색깔변화를 시도한 것이 두드러진다.

▲ 작품 월광해 ⓒ학고재
이태호(명지대) 교수는 전시평에서 "깡마르고 껑정한 체구에 고집스레 보이는 짙은 눈썹의 강렬한 인상. 아마도 우리시대에 그만큼 날카로우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만큼 강요배는 ‘머리보다 가슴과 몸으로 체득하는 느낌’에 충실한 작가로 자신의 화두대로 늘 대상과 짙게 교감하는 ‘살肉의 느낌’을 쏟아내 왔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말부터 제주 민중항쟁사 같은 서사적인 연작을 제작할 때도, 제주로 작업실을 옮겨 제주의 풍광을 담아낼 때도 그랬다"면서 "예를 들어 제주 민중항쟁사 50폭을 “한 서리고 애달픈 제주의 민요와 동요를 100여 곡 끊임없이 반복해서 틀어놓고 그 느낌 속에서 그렸다”고 하는데, 한동안 가락들이 빙빙 도는 환청을 겪을 정도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 작품 고원의 가을 ⓒ 학고재
이 교수는 "강요배의 감성에 가득 찬 화면은 풍경에 흐르는 바람결이나 소리, 그 대상들의 ‘살 느낌’의 질감처럼 두터운 물감과 생동하는 붓자국으로 요동치며, 특히 전통 화구인 먹붓의 일필휘지하는 맛으로 몽롱한 형태를 살려내는, 짙거나 밝은 색 터치의 마무리 감각은 거의 동물적 직관력에 의존한 듯하다"고 이번 작품을 평했다.

"때론 격정적이거나 고요하게, 때론 불규칙하거나 고른 리듬을 타고 움직인 붓질은 언제나 강요배의 마음, 곧 심상心象을 어렵지 않게 읽게 해 준다"며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대중에게 편히 전달하기에 강요배의 그림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화백의 개인전은 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 22일부터 4월4일까지 열린다. 02-73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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