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초대석] ICC제주 손정미 대표이사 "카지노? 컨벤션 본연의 기능부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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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센터를 인프라(Infra) 정도로만 인식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흑자는 고사하고 얼마간의 적자는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사회간접자본(SOC)과도 흡사한데, 경영성과를 따지는게 뭘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도 마찬가지였다. 주주총회나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등 특별한 시기를 빼곤 대체로 너그러웠다. 그러다보니 연륜이 쌓여도 경영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이 수장을 맡다보니 도전정신도 부족했다. 가급적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컨벤션에 대한 인식이랄까, 혹은 컨벤션산업의 흐름? 트렌드도 점차 바뀌었다. 자체적으로도 수익, 즉 부가가치를 내야 존재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손정미(50) ICC제주 대표이사 사장 역시 이 점에 방점을 찍었다. 세밑인 지난 12월31일, 기자와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여러차례 ‘자립경영’을 부르짖었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싶었다. 더구나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은 터였다. 으레 그말 앞에는 ‘만성적인 컨벤션센터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이 따라붙었다.

왜소한 체구까지 오버랩되면서 '자립경영‘이 버거워 보였지만, 그는 똑소리나게 청사진을 제시해보였다. '2018년 진정한 의미의 흑자 달성'이라는 야무진 목표도 곁들였다.

2014년 ICC제주의 매출은 107억원. 2013년 보다 6% 성장했다. 순이익은 약 9억9000만원.

2015년 매출 목표는 120억원. 2014년 실적 보다 약 12% 늘려 잡았다. 3년 뒤인 2018년에는 매출 180억원에 순이익 10억원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지금도 순이익이 10억원에 육박하는데 무슨 얘기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손 사장은 2014년과 2018년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2018년의 그것은 감가상각까지 계산에 넣은 것이다. 감가상각을 제외한 경상수지는 이미 흑자로 돌아선 상황. 

그렇다고 ‘충격요법’을 쓰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카지노 얘기를 꺼냈으나, 손 사장은 청문회 때와 마찬가지로 분명한 거리를 뒀다. 청문회 당시 그는 단기적 수익사업에 치중하다 보면 장차 지속성장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보다는 컨벤션센터 ‘본연의 기능’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게 부가가치를 높이는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IT’, ‘관광’, ‘문화’ 등 서너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ICC제주 앵커호텔을 넘겨받아 부영호텔을 지은 ㈜부영주택이 지하통로 개설에 미적대는 것에 대해선 ‘1월중 공사’에 대한 확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가가치 나지 않아 고민...기존 시설에 IT, 관광, 문화, 음식 녹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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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C제주의 현주소를 진단해달라.
“저희 ICC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면 부가가치가 나지 않고 있다. 겨우 회의장만 팔아서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만 잡다 보니 굉장히 수익률이 떨어진다. 저희 같은 경우에 행사장 임대만으로 24억, 25억원 정도를 내고 있다. 감가상각비 밖엔 나오지 않는 구조이다. 그러던 차에 제가 오자마자 시설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와 굉장히 부담스럽다. 기존에 있는 시설로도 수익률이 안 나오는데 다시 높은 비용을 들여서 시설을 확장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고민하게 된다. 1차적으로 기존의 시설을 가지고 수익률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IT, 관광, 문화 등도 결국 그 차원에서 나온 얘긴가?
“그렇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차원에서 IT 만큼은 반드시 시설에 녹여내야 한다. 여러가지 상품화할 수 있다. 주최측이 행사하러 왔을 때 행사장을 활용하면서 ‘이런 상품들이 가능하다’라고 알려주는 방법이 있다. 거기에 이제 문화가 들어간다. 가장 주 포커스는 세 가지이다. IT와 관광과 문화. 여기에 가능하다면 저희는 식사, 음식까지 보고 있다. 네 가지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먼저 IT를 어떻게 녹여낸다는 말인가?
“IT 쪽으로는 행사 운영에서 솔루션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홀로그램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이미 전문업체와도 1차적인 접촉을 가졌다. 홀로그램 공연과 무대를 팬시하게 꾸미는 것이다. 그동안 PPT(파워포인트, PowerPoint) 정도 해 왔다면 (앞으로는)홀로그램을 이용해서 연사가 허공에서 영상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러한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은 업체들의 사업 아이디어가 제한적이다. ICC로 접근시키는데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다시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제일 중요한 건 컨벤션이라고 하는 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보시는 것처럼 한산하다. 단순히 국제회의만 하는 장소가 아니고 관광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 가야한다. 그러려면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거기에 IT를 접목하려고 한다. 휴대폰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재밌거리를 몇 가지 생각해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거나 상품권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것들이다. 또 이곳이 올레 코스와 연계되다 보니 꾸준히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있고, 면세점이 있다 보니 방문객들도 온다. 이들이 계속 더 많이 와서 시설을 활용하며 일어날 수 있는 수익 창출에 IT를 녹여내려고 하고 있다.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쪽이다”

- 관광이나 문화는 어떤가? 또 음식은?
“관광 쪽으로 본다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중문관광단지 내 골프장이다. 골프장 지배인들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얻고 협조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단순히 회의만 하지 않고 골프도 치고 다시 돌아와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주중 낮 시간에 골프 관광객을 보내면 지역과도 윈윈할 수 있다. 문화 쪽은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데, 지역의 문화인들이 상시 공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분들에게는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되고, 우리에게도 매력 요인이 있을 것 같다. 또 제주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연회에 특화된 메뉴로 개발해서 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련의 시도를 통해)수익이 현재의 임대수익보다 최소 10~20%는 더 올려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걸로 고수익화 하는 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감가상각까지 감안하면 여전히 적자...카지노는 검토하더라도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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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경영 성적표는?
“매출이 107억원 정도다. (2013년 보다)6% 성장했다. 만족스럽지는 않다. 갈 길이 멀다. 2015년엔 12% 성장, 매출 규모는 120억원 정도로 목표를 세우고 있다. 더 넘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2014년은 9억9000만원 정도 순익을 거뒀다. 2013년 보다 1억~2억 원 정도 상향된 수치이다. 이대로라면 2018년도에 흑자 경영으로 들어설 수 있지 않겠나 보고 있다”

- 지금도 흑자는 흑자 아닌가?
“2018년은 감가상각비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지금 흑자는 경상수익을 말하는 거다. 감가상각비까지 감안하면 아직은 적자다. 2018년 즈음 되면 그동안의 마이너스를 메우고 흑자로 돌아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흑자가 되는 것이다”

- 쉽지 않을텐데, 혹시 카지노를 염두에 둔 것인가?
“(그동안)카지노를 가지고 부대수익을 거두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이사회에서도 논의가 됐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다 저렇다 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저희는 컨벤션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희가 이번에 진행하는 방향은 컨벤션을 통한 고수익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

- 인사청문회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카지노는 컨벤션 본연의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금도 유효한가?
“기존(이사회 등에서)에 나왔던 의견이기에 추진해야 한다는 분도 계시지만, 모든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 의견만으로 큰 비용을 들여서 추진하기에는...(좀 그렇다고 생각한다)도내 카지노 제도, 기구 정립, 도정의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 저희가 컨벤션을 통한 수익화를 고민하고 있기에, (카지노는)원점에서 검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제주도에)드렸다”

- 일단 본연의 기능, 컨벤션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주안점을 두되 카지노는 나중에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제주도와 협의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달라”

- 지난해 12월8일 취임식에서 ICC제주의 성장전략 중 하나로 ‘글로벌 프리미엄 창출’을 제시했다. 무슨 뜻인가?
“결국 국제컨벤션센터로서 해외에 진출해서도 제주컨벤션센터의 가치나 이미지가 정립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기에서 프리미엄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기본이 되겠다. 오는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해외 네트워킹을 강화하려고 한다. ASA라고 하는, 회원 수가 많은 국제 기구가 있다. 각종 협회 주최자들의 모임이다. 임원 한분 한분이 행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제가 오늘 아침에도 메일을 받았다. 제주컨벤션센터를 알리고 싶었다. 홍콩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부스를 만들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자고 논의가 되고 있다. 제주도라고 하는 곳은 요충지이다. 일본과 중국과 한국의, 동북아에서 회의하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위치에 있는 센터다. 동북아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장소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제주의 문화, 여러 가지 관광이라든지 같이 상품화해서 여기에 와서 제주의 문화를 곁들여서 알릴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컨벤션 트렌드 바뀌고 있다...부영주택, ‘지하통로 1월시행’ 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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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컨벤션산업의 흐름을 소개해달라.
“제가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컨벤션센터는 수익을 못 내는 구조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동안 사실이었다. 그런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대한민국 위상이 바뀌고 있다. 국제회의 유치건수 3위이다. 이것은 국제 위상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규모 굴지의 행사가 들어오고 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마다 센터가 생기는 이유가 수익을 내고 지역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인프라나 기본적인 세계적인 위상이 정립됐다는 뜻이다. 몇 군데는 흑자구조로 들어설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약간의 변동 폭이 있기는 하지만 코엑스, 엑스코, 벡스코 이런 곳은 흑자 구조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확충해서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는 상황이다. 단순히 센터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생각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 반드시 그런 구조로 가야 지역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인프라인 만큼, 반드시 그 부분은 실현이 돼야 한다. 각 지자체별로 행사를 유치하는 쪽에만 신경을 써 왔다. 그런데 수익은 내야하고 유치를 하다 보니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행사를 유치하려면 지역에서 지원금을 내야 한다. 그러다보면 홍보 효과도 좋고, 보이지 않는 효과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행사가 끝나면 남는 것이 없다. 반론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지역별로 유치만 가지고선 실질적인 역할이 한정적이라고 하고, 지역과 같이 연계해서 행사를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겠다는 것이 흐름이다. 유치한 행사는 컨트롤을 할 수 없다. 행사를 하나 가지게 되면 지속적으로 방문객을 끌어올 수 있다. 컨트롤이 가능한 행사가 되기에 유명 행사들을 우리도 하나씩은 키워야겠다는 것이 지자체 컨벤션의 트렌드이다”

- 취임식에서 제주도민과 출자자에 대한 보상도 언급했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에 출자자 한 분이 편지를 보내왔다. 200만원 정도 출자하신 분인데, 이제는 연로하고 병원비가 없으시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현재 ICC제주나 제주도에서 매입할 수 없는 법적 제한이 있다. 제3의 기관에서 매입을 하게 한다든지 그런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다. 또 제 아이디어 이기에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제주도와 논의를 해서 시급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할지는 타진해봐야 한다”

- 부영주택이 약속한 지하통로 개설은 어떻게 되고 있나.
“통로 부분은 1월에 공사를 시행하겠다고 확답을 받았다. 차질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

- 장차 상장 계획도 갖고 있나?
“수익이 나와야 가능하지 않겠나. 당장은 어렵다. 2018년 (순수한 의미의)흑자를 예상하고 있기에 (하더라도)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흑자 경영, 자립 경영에 방향을 잡고 있다”

- 인사청문회에서 누구보다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 자질이 없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결국 임명이 되셨다. 원희룡 지사가 무엇을 높이 샀다고 보나?
“마이스 전문가로서 역할을 기대하셨던 것 같다. 제가 청문회하며 전문경영인으로 능력 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의원님들께서 말씀하셨던 전문경영인의 자질이 도대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경영인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답은 없다고 본다. 조직마다 문화가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른데 그 조직문화를 어떻게 아우르고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배운 지식이나 경영에 대한 것들이다. 이 조직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저 조직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조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잘 융화시켜서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마인드와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스티브 잡스도, 이건희 회장도 전문경영인은 아니었지만 잘 이끌지 않았나? 저도 제주에 와서 굉장히 많이 배우고 있다. 서울에서 바라본 마이스와 제주에서 바라본 마이스가 다르다는 것도 보고 있다.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경험과 제주의 환경을 접목시키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빠른 시간에 배워서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도민들에게 하고픈 말은?
“을미년 양띠해에 말 그대로 ‘의기양양’ 하시고, 더 큰 성취를 이루는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저희 ICC제주는 제주 마이스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진정한 도민의 기업으로 주주와 도민들께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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