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할 사람 그리 많나요? 제주도 업무추진비 '아리송'
'감사'할 사람 그리 많나요? 제주도 업무추진비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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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단] 정보공개 청구했더니 "내역 밝혀지면 행정 흔들린다?"

업무추진비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보조기관, 사업소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행사, 시책추진사업,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비용을 말한다.

업무추진비의 본 목적과 달리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08년 민주공무원노조가 김태환 전 지사를 고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는 2년간 업무추진비로 6억 9295만 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전국 3위를 차지했고, 서울시장보다도 더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과거 지출내역이 궁금해 도청홈페이지에 게시된 김태환 전 지사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봤다. 그러자 이해할 수 없는 지출 내역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감사할 사람이 많았는지. 죄다 중앙인사 감사선물이다. 이 또한 굉장히 일부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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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 전 지사 업무추진비 내역(2006년 4/4분기~2010년 2/4분기)을 살펴보면 어느 장소에서 누구와 몇 명이 간담회를 했는지, 감사선물은 무얼 샀으며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알 수가 없다.

위 공개내용은 대략 4500건이 넘는 집행 내역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집행 내역에는 72만 원짜리 도정협조인사취임축하 난(蘭)을 비롯해 이해할 수 없는 집행 내역들이 대부분이었다. 참고로 이것은 전부 우리의 세금이다. 아니, 세금이었다.

우근민 전 도지사의 업무추진비 내역(2010년 3분기~2014년 2분기)도 마찬가지다. 집행 날짜, 집행 내역, 집행 금액, 집행방법(카드 혹은 현금)만 나와 있을 뿐 간담회 장소, 대상인원,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등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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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12년도 3월에 3주 동안 커피믹스와 오미자차를 181만9000원어치나 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는 시중에 파는 1만1000원짜리 오미자차 꿀단지 150개 가격이다. 1만5000원짜리 커피믹스(160 개입)로 따지면 커피믹스 1만9200개의 양이다. 마지막에 ‘흰사슴황차’는 또 무엇인가. 인터넷에 검색해도 찾아볼 수 없는 품목이다. 이 또한 1300여 건의 집행 내역 중 극히 일부분이다. 격려품, 기념품 등은 그 내역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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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는 매년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가 정해져 있다. 제주도지사의 경우 1억 6720만원. 우근민 도지사는 2012년 당시 전체 업무추진비 중 96%를 집행했다. 업무추진비를 40%만 집행한 대구와 확연히 비교된다. 효율적으로 썼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를 알 수 없는 게 문제다.

결과적으로 얼마를 썼는지 알 수는 있지만 어디에 어떻게, 또 누구에게 쓰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업무추진비가 인터넷에 공개된 2006년도부터 지금까지 제주도 업무추진비 내역은 변한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아, 있다. 2011년 1/4분기부터 집행 금액이 카드, 현금으로 구분되었다는 것, 엑셀 파일이 PDF로 바뀌었다는 것. 단순히 껍질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업무추진비 내역은 자세하게 공개되지 않는 걸까. 궁금했다. 간담회를 했다면 어디서 했는지, 감사선물은 어디서 샀는지, 기념품과 격려품은 어떤 것을 줬는지. 그래서 우근민 전 도지사 임기(2010년 3분기~2014년 2분기) 동안 사용된 영수증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참고로 영수증 내역의 경우 정보공개법 9조(비공개대상정보)에 어긋나는 정보가 아니므로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내역이다. 정보공개양이 많을 것 같아 이를 조율하기 위해 도청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그러다 담당자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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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제주도청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

- 저는 사용처를 알기위해서 영수증을 보고 싶다고 한건 데, 사용처(업무추진비)가 비공개라고요? (이하 필자)

"네, 사용처는 지금 저희가 공개를 안 하잖아요. 저희가 공개하는 건 일자랑 목적이랑 현금인지 물품인지 계좌이체인지를 공개하고 있잖아요. 그 부분을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을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하 담당공무원 A씨)

- 저는 이해가 안되는 게 사용처를 비공개한다는 게 확실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사용처는 뭐, 뭐냐. 규정상 공개 비공개는 아닙니다."

- 네 아니죠. 저는 사용처를 알고 싶어서 영수증을 달라고 한거고.

"근데 사용처를 공개하기 시작하면, 뭐, 어느 식당은 몇 회 이용하고 몇 회 이용하고 이게 나와 버리잖아요."

- 제가 낸 세금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어서 지금 말씀을 드리는 건데, 어느 식당에서 몇 번 사용했고 이게 문제가 된다면, 뭐 떳떳하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거고, 아무 이상이 없는 거잖아요. 공개가 되도. 사용처가 공개가 되는 건 개인정보도 아니고.

"그게 아니라, 사용처가 공개되는 게 부담스러운 게, 왜 어느 식당만 다니느냐 라고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런 논란이 될 것 같아서 부담이 되는데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그쪽이 낸 세금으로 뭐 한다고 하잖아요. 그쪽이 낸 세금으로 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 있어요. 근데 좋아하는 식당이 있을 거 아니에요. 자주 가는 식당이. 다른 식당에서 왜 그 식당만 가느냐 우리식당도와라 하기 시작하면 이게 중심이 너무 흔들릴 것 같아서요. (공개하는 것)그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이 들고, 그 부분은 공개하기가 좀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제가 공개를 해달라고하면 보여주실 수 있는 거죠?

"그 부분은 계장님이랑 상의를 하겠습니다. 계장님이랑 저희 과장님이랑 이렇게 하는데 공개를 해달라고 하는데."

- 그러면 과장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이게 어떤 일이 있었냐하면, 그 2014년 초인가, 아무튼 서울시 교육감 뭐를 공개를 했는데 장소를. 그거를 다 분석해버리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어느 장소는 몇 회 몇 번. 이런 거를 제가 본적이 있거든요. 아 그래서 장소는 진짜 공개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도 입장에서는 공개하기 부담스럽겠지만,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알고 싶어 한다는데, 법으로 어긋난 것도 아니고.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행정이 흔들리고, 이런 부분은 우리가 좀 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공개를 안 하는 걸로 큰 문제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공개해서 어떤 논란이 야기 될 부분을 구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지금 부담스러우신 것처럼 들리는데.

"아니 얼마, 어느 식당 몇 회 사용, 금액 딱딱 이렇게 나와 버리면 많이 안 간 가게들은 소외감 느낄 수도 있고,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고. 이러지 않겠습니까."

- 아니 어떻게 제주도에 있는 식당 전체를 다 갈 수가 있겠어요. 그 부분이야 가깝고 자주 가는 데면 갈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식당 사용처 이 부분은 정리된 게 없어서 더 오래 걸려요. 더 오래 걸려. 이거 뒤져보면 나오죠. 근데 이거를 하나하나 몇일에 어디 식당 사용하고 어디 식당 사용하고, 이걸 하나하나 다 뒤져봐야 되는데, 이건 현금보다 건수가 더 많아가지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용처가 밝혀지면 행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청구인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주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도대체 왜 이렇게 식당에 집착하는지. 결국 정보공개청구 내역은 문서로 받지 못했고, 도청 지하에서 열람으로 진행됐다.

2010년 3분기~2014년 2분기 영수증을 보려고 했지만 10개의 영수증을 찾는데 50분이 걸렸다. 영수증 1300건을 찾으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알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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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업무추진비를 어떤 식으로 공개하고 있을까?

아래 표는 충청남도 도지사 업무추진비에 관한 집행내역이다. 1년에 4번, 분기마다 업무추진비를 게시하고 있는 제주도와 달리 충청남도는 매달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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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격려금, 축부의금, 오·만찬 내역 등 어느 항목에 얼마가 쓰였는지 보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제주도의 경우 업무추진비 합계조차 없다. 얼마를 썼는지 확인하려면 보는 이가 일일이 다 더해봐야 한다. 항목별 합계와 집행률 공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여기에 집행 장소와 집행 인원을 올려 몇 명이 어느 장소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게 공개했다. ‘사용처를 공개할 경우 행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도 담당자의 말과 사뭇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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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총무과 문병록 주무관은 “정보공개차원에서 별도로 조례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며 “저희 같은 경우 지사님(충남지사 안희정)이 ‘거리낄 게 없다, 왜 쓰는 것을 감추느냐, 다 공개해라. 쓴 걸 감출 이유도 없고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말씀하셔서 공개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충청남도 조례와 제주도 조례

충청남도 정보공개 조례 제5조
공개대상 기관은 충청남도지사, 행정·정무부지사, 공공기관의 장, 3급 이상 공무원이 장인 부서 및 기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정보는 청구인의 청구가 없더라도 공개의 구체적 범위, 공개의 주기·시기 및 방법 등을 미리 정하여 공표하고, 정기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조례 제7조
공개대상기관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부지사․소속행정기관장․행정시장․지방공사의 장 및 출연․출자기관의 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청구인의 청구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

사실 조례에는 큰 차이가 없다. 충남의 조례 내용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7조’와 거의 유사한 내용이다. 이 말은, 업무추진비 공개 범위는 사용하는 자와 이를 담당하는 사람에 따라 충분히 공개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조례 그대로 집행 내역과 금액만 공개한다. 수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몇 명이 간담회에 참여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4년 전인 2011년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이 281회 임시회에 ‘제주도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안)’을 도의원 13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조례는 상정보류 된 채 그대로 사라졌다. 왜 상정조차 하지 못했을까. 당시 강경식 의원은 2박스가 넘는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를 하나하나 다 분석했었다고 한다.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언제쯤 변할까

도의 업무추진비뿐만 아니라 도의회 또한 업무추진비로 문제가 많았다. 지난 2014년 2월 제주경실련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해당부서에 청구했지만 해당부서가 집행 시간, 집행 장소, 집행 대상을 제외한 채 일자, 목적, 금액, 인원수, 내역만 작성해 공개하는 바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정보공개청구로 정보를 얻는 건 이렇게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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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원희룡 제주지사는 9월 청렴결의대회를 겸한 정례조회에서 부서 경비와 업무추진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특히 부서 경비와 업무추진비를 민원인 경조사비용이나 선물로 사용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제주의소리의 "부서경비, 업무추진비, 경조사에 쓰지말라(클릭)"라는 기사의 댓글이다.

나는 댓글을 전부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존중한다. 왜 업무추진비 담당자가 식당에 그렇게 집착했는지, 업무추진비는 왜 이렇게 폐쇄적인지 짐작이 간다.

요즘 제주도는 예산전쟁이 한창이다. TV를 봐도, 신문을 봐도 온통 예산 문제다.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받고 있다. 제주도, 그리고 의회 사람들은 알까? 밖에는 5000원 짜리 밥 한 끼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세금으로 간담회를 하든, 격려 물품을 사든, 감사 선물을 사든. 도민들을 한 번 더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산 책정도 중요하지만, 그 쓰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2015년엔 조금 더 투명해지기를 바란다.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Emerson, Ralph Waldo)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 부분이다. 눈앞에 성공이 주가 되어버린 요즘, 나의 작은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 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0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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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2015-01-24 19:59:52
이런 문제들은 모두가 알고 바로 잡아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옳은 말을 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12.***.***.209

진 다 라 2015-01-11 14:17:19
졸업 후 사회에서 기자가 된다면 어울려 대동소이 말고 지금 이 정신 잊지 않길 ........
59.***.***.231

가파도의바람 2015-01-10 23:06:04
제주의 소리에는 투 문준영이 있었군요. 진정한 특종입니다.
121.***.***.105

YJ 2015-01-09 15:45:03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 지 궁금해 하면 행정의 근간이 흔들리나요?
203.***.***.89

공개해라 2015-01-09 12:44:51
다 공개해라....왜 어디는 공개하고 어디는 공개하지 않냐...
20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