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우 소장, '제주, 몽골을 만나다' 일본어판 출간, 동아시아史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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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년 전, 바람의 섬 제주는 바람의 나라 몽골과 아픈 역사로 만난다. 고려 삼별초가 제주에서 정벌되면서 이후 약 100년이라는 몽골의 지배시기를 시작으로 제주와 몽골의 질긴 인연은 오늘까지 이어진다. 

제주 섬 곳곳에 쌓아올린 환해장성, 목마장의 설치, 고려시대 제주의 3대 비보사찰이었던 법화사와 원당사지 오층석탑, 목호의 아내였던 남원읍 열녀 정씨 비, 최영장군이 목호 토벌을 위해 군사를 이끌고 들어온 한림 명월포, 격전지 애월 새별오름과 서귀포 범섬…. 

삼별초 외에도 제주와 몽골의 그 숙명적 만남이 낳은 여러 역사의 흔적들은 오늘까지도 제주사람들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몽골의 제주 지배 100년 그리고 그 이후의 문화적 영향을 담은 책 '제주, 몽골을 만나다'가 일본어 번역판이 최근 출간됐다. 

지난 2011년 발간된 '제주, 몽골을 만나다'(한글판)는 13세기 후반 이후 몽골이 제주에 오며 비롯된 역사의 흔적과 그 의미를 다루는 제주역사기행 자료집이다. 

당시 김일우 (사)제주역사문화나눔연구소 소장(문학 박사)의 '고려시대 탐라사 연구' 등을 바탕으로 문소연 방송 구성작가가 읽기 쉬운 문체로 바꿔 엮은 책이다. 당시 [제주의소리]에 연재한 글을 엮어 펴낸 책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간된 일본어 번역판에는 '한국·제주도와 유목기마문화-몽골을 품은 제주'라는 제목이 붙었다. 제주의 관점에서 본 동아시아사(史)를 다룬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또한 기존 저서를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개정, 증보를 거치기도 했다.

김 소장은 "항파두성의 내성이 석성이 아니라 토성이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진데다 여러 내용을 보강했고, 사건의 전말과 학술용어의 개념 정리를 더했다. 학술서다운 톤을 내고자 손을 봤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제주에 대한 몽골의 지배사를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한 첫 연구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몽골을 침략세력으로만 보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문화와 문화와의 만남으로 재해석을 시도했다.

이런 연구결과에 따라 제주와 몽골의 100년 동거기간 동안, 지금의 제주사회 원형이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몽골로 인해 13~15세기 동아시아권이 통일되면서 제주는 동아시아권 문화가 잘 녹아든 곳으로 꼽을 수 있다. 번역판에 '몽골을 품은 제주'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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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어 번역판 출간은 <제주의소리> 연재가 계기가 됐다. 2011년 1월부터 '제주, 몽골을 만나다'는 오프라인 종이책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제주의소리]에 18회에 걸쳐 연재(클릭하면 이동합니다)되면서 누리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3년 시마네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던 시마네현립대학교 북동아시아지역연구센터 교수가 [제주의소리]에 실린 연재물을 접하면서 국제적인 제주-몽골 관계 연구자로 알려지게 됐다. 김 소장이 학술대회에 공식 발표자로 초청돼 '13~14세기 제주 몽골의 만남과 제주사회의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그러다 당시 북동아시아지역 연구센터 센터장이었던 이노우에 오사무 교수가 동아시아사 연구자들을 위해 기존의 저서를 일본어로 번역해 내놓자고 제안하면서 출간이 이뤄지게 됐다.

김 소장은 "서울에서 공부하다 고향에 돌아와서 20여 년 정열적으로 제주의 역사에 대해 연구해 왔다"며 "제주의 고중세사가 일본어로 소개되는 일은 흔치 않기도 하고 동아시아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어 번역판 출간에 이어 김 소장은 국문으로 개정, 증보판을 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고려후기 제주 관할를 둘러싼 정치세력의 역학관계를 다룬 2탄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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