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숙박시설, 이대로 좋은가] (1) 제주도 통계로도 향후 가동률 '뚝뚝'

최근 제주에서 호텔이나 리조트의 신축 공사현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명승지 근처는 물론 제주시내 곳곳에서도 관광숙박시설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관광객 증가세가 이어지고 제주도도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최고의 투자처’로 인식된 데 따른 것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들어오는 관광객 수는 제한돼 있는데 숙박업소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의소리>는 두 차례로 나눠 제주 관광숙박업의 현주소와 예상되는 문제, 대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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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열린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심의회에서는 심의위원들 간 격론이 오갔다. ‘먹튀 논란’의 당사자인 보광제주가 또 사실상 국공유지 매각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변경 계획안’을 제출한 게 이슈였지만 논란은 다른 곳에서도 벌어졌다.

다른 3곳의 호텔이 투자진흥지구 신규지정을 해달라는 내용의 안건이 제출된 것.

강경식 의원(이도2동 갑, 무소속)은 “지난번 심의회 때도 관광숙박시설을 계속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관광숙박시설 과포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도 제주도는 투자진흥지구 지정 안건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관광숙박시설이 과잉 공급된 상태인데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투자진흥지구로 계속해서 지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목소리였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들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 관광숙박시설 인허가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2010년말 관광숙박시설 객실 수는 1만2942실. 2015년 2월말 현재 객실 수는 2만1908실. 4년여 동안 69%나 늘어난 것이다.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이 시행된 2012년 하반기 이후 이 같은 흐름은 더 두드러졌다. 2013년 한해 137곳(7551개 객실), 2014년에는 한해 111곳(1만16개 객실)이 새로 사업승인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객실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다. 숙박시설 신축으로 인한 객실 증가율이 관광객 증가폭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관광호텔 가동률은 64.4%. 작년 같은 기간(67%) 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짓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관광호텔의 활황세가 수그러들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흐름은 약 2년전부터 본격화 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관광숙박시설의 가동률은 2013년 78.2%, 작년 72.14%로 하락했다. 제주도 자체분석으로도 올해 71.66%, 2016년 69.12%,  2017년 66.96%, 2018년에는 6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관광객이 계속 늘어 2018년에 최고 1730만명이 제주를 찾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나온 결론이다. 관광객이 예상대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가격 경쟁력이 수반되는 적정 객실 가동률’은 70%. 당장 내년에 이 적정가동률 밑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업계로선 그냥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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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숙박시설 외에 일반숙박시설까지 합친 가동률을 보면 하락세는 더 두드러진다.

전체 숙박시설 가동률은 2013년 68.52%에서 작년 67.32%로 감소했다. 제주도는 올해는 67.61%, 2018년에는 62.9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패턴이 다양화 되면서 관광호텔 뿐 아니라 민박, 게스트하우스, 모텔 등을 이용하는 개별관광객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 일반숙박시설까지 합친 수치(2014년말 현재 4만1277실)가 더 현실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가동률 하락’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현재 행정에서 직접 인허가를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만 앞으로 이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말이다.

현재 제주도는 오는 6월말 결과 도출을 목표로 ‘관광숙박업 수요공급 분석 연구’를 제주발전연구원에 맡겨 진행중이다. 이 연구결과에 따라 제도개선 등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8년간 호텔업계에 종사한 김종문 한국호텔전문경영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지난 4년간 호황이었지만 이젠 정점이다. 앞으론 내리막길”이라고 단언했다.

김 지회장은 “지금도 객실이 너무 많다. 업계에서는 적정선을 4만실 정도로 보는데 이미 넘었다. 6만실 되면 정말 감당할 수 없다. 관광객이 1700만명까지 늘어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제주도 차원에서 조절을 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올해 하루 평균 3만6000명이 제주를 찾는다. 비수기나 태풍이 오면 2만명 이하로 낮아진다. 어림잡아 객실 5만실 중 4만실은 텅 비게 되는 셈이다. 벌써 가동률과 수익률이 저하되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더 많이 안 좋아질 거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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