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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의장 인사추천권 소송...구술 변론서 법리다툼 ‘치열’

법정까지 불거진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의 인사권 다툼에 총무과장 쪽지까지 증거물로 등장했다. 쟁점별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법원의 판단은 5월을 넘길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행정부(허명욱 부장판사)는 8일 오후 4시30분 301호 법정에서 제주도의회 의장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인사발령처분 무효확인 행정소송의 구술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3월18일 첫 변론 이후 양측이 제출한 준비서면과 증거물을 토대로 쟁점별 논쟁이 벌어졌다. 핵심은 ‘원고적격’과 ‘추천권 범위’, ‘의장의 추천 여부’, ‘전출시 추천여부’다.

원고 적격은 인사처분의 대상자가 고경실 전 사무처장과 오승익 현 사무처장인 상황에서 구성지 의장이 원고로서 소를 제기할 자격이 있느냐 여부다.

의회 대리인인 전호종 변호사는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에서 의장 추천권을 규정하고 있다. 단순한 절차적 권한이 아니라 실체적인 권한으로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에는 '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 변호사는 “이를 구제하기 위한 소의 당사자는 인사 대상자가 아닌 의장이 돼야 한다”며 “추천권은 공익의 보장과 의회의 주관적 이익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도의 대리인인 권범 변호사는 원고 적격이 없어 소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의장이 당사자 적격이 있는지,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사무처장 추천은 의장 개인이 아닌 의회의 문제다. 상호 경제와 균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봐야한다”며 “추천권을 강제규정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고 맞받아쳤다.

2015년도 제주도 상반기 인사에서 구성지 의장의 추천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주장이 갈렸다. ‘추천’의 방식과 해석에서 차이를 보였다. 급기야 총무과장 메모까지 등장했다.

전 변호사는 “1월14일 총무과장이 의장을 방문해 오승익 국장의 사무처장 인사계획을 밝혔으나 의장이 부동의 했다. 오후에는 오 국장이 직접 찾아갔으나 역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튿날 원희룡 도지사와의 통화에서 의장이 총무과장에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으나 1월15일 오전 10시 지사가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이에 맞서 당시 총무과장이 의장과의 면담에서 메모한 종이를 증거물로 내세우며 넓은 의미의 추천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 종이에는 의장의 발언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권 변호사는 당시 자리에 함께한 제주도청 직원을 다음 공판의 증인으로 세울 것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서면진술로 대신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변호사는 이에 “메모는 총무과장이 당시 인사방침을 적은 종이에 불과하다”며 “과거 사무처 직원 인사에 앞서 협의가 이뤄졌고 문서화도 됐다. 이 절차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자치법에 의장 추천권을 명시한 것은 지사의 의회 사무처 직원 임명권을 제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기관대립형 법제의 틀에서 견제와 균형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이에 맞서 “지방자치법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법 조문도 완벽히 단정짓지 않고 ‘의장의 추천에 따라’라고 했다. 이를 강행규정으로 해석한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또 “지방자치법에는 추천의 방법과 형식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의장이 추천한다고 지사가 모두 임명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추천을 동의나 의결절차로 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추가 쟁점 사항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듣기위해 5월6일 결심공판을 열어 마지막 의견을 듣고 이르면 5월 중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집행부와 의회 간 인사권 다툼은 다른 지역에도 있었다. 올해초 인사에서 광주광역시도 시의회 2급 사무처장 인사과정에서 의장의 추천을 받지 않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다른 지역은 소를 취하하는 등 대부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고 소송으로 간 경우는 사실상 제주가 처음이다.

과거 경기도의회가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 지방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한 것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낸 경우도 있었다.

2014년 2월3일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방의회 사무직원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한 지방자치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 자체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이번 소송은 법률 해석과 절차상 문제를 다투고 있어서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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