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나침반교실](1)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

울림이 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어른들에 있었고, 흔들리는 가족공동체에 있었다. 땅콩 껍질 속, 불완전하게 결실을 맺다가 한쪽만 자라버린 땅콩 열매가 있다. 우리 아이들도 껍질을 까기 전까지는 모른다. 외모는 어른스러워졌지만 내면이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겉으론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흔들리는 가족공동체도 늘고 있다. 특히 평범한 부모(學父母) 같지만, 사실은 부모의 혼란과 불안 때문에 아이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강요하는 학무모(虐父母), 즉 아이를 학대하는 학부모가 끊임없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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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 공동주최로 오는 11월말까지 총 24강좌로 마련한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 교실’이 1일 개강했다. 이날 오전 10시 제주문예회관소극장에서 개강한 이번 아카데미 첫 강연에서 ‘나는 부모인가? 학부모인가?’란 화두가 던져졌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때 ‘박보살’이란 별명의 명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은 이날 ‘나는 부모인가? 학부모인가?’란 주제 강연에서 뒤틀린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주체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부모’라고 역설했다. 

아이들의 학습 노동을 감시하는 학부모가 아닌 자녀에게 자기주도 학습법을 안내하는 길잡이로서의 부모의 자리로 하루빨리 돌아올 것을 역설했다. 왜곡된 교육현실에서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성공한다는 결론을 맺기 까지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약 2시간 30분여의 강의가 끝날 때까지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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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 아이를 학대하는 '학부모'가 돼 있더라

“엄마의 정보력과 경쟁력·판단력이 아니라 아이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주는 엄마가 행복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저도 사교육 없이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더욱 더 아이들과 공감되게 체험을 해볼까 합니다.”

“가족력 회복이 자기주도학습의 첫 걸음임을 깨달았습니다. 아이에 대한 진정한 믿음이 자기주도학습의 첫걸음임도 깨달았습니다. 부모의 능력보다 아이의 성적보다 가족의 정서적 단결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엄마 혼자서 가족을 이끄는 것이 아니기에 아빠교실도 부탁드려봅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깨닫게 된 게 많습니다. 엄마들이 유익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 교실’ 운영 부탁드립니다” 

첫 강연에 참석한 부모들이 강의평가서에 남긴 글들이다.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성공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박 소장은 부모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녀 교육을 하는 것은 학대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자녀 교육에 가장 우선돼야할 것은 부모의 마음 상태가 ‘행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박 소장은 강연에 참석한 부모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라” 주문했다. 부모님이 어떤 말을 해주길 바랐는지. 부모님이 어떻게 행동을 해주길 바랐는지. 자녀가 원하는 부모상을 잘 알고 있음에도 사회적 상황에 휩쓸려 잊어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소장은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에게 행복한 교육을 전할 수 있으며, 오늘 행복한 감정을 느낀 자녀가 앞으로도 그 행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박 소장이 소개한 어느 상담사례에서도 부모의 행복이 자녀의 행복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드러난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 A양이 있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했습니다. 성적도 좋은데, 심성도 착해 친구도 많았습니다. 그런 A양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은 딱 한 집단, ‘동네 아줌마들’이었습니다. 공부도 잘하는데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까지 착해 신은 불공평하다고 투덜거렸습니다. 자기 아이보다 잘난 아이를 시기하는 아줌마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A양이 가출하고 음주·흡연 등 돌변했습니다. 그 부모가 절 찾아왔습니다. 그때 저는 아이 얘기보다 부모님 얘기를 먼저 들려달라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부부는 언제부턴가 부부싸움 등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신을 망가트림으로서 부부의 불화를 자기에게 시선을 돌려 해결하려 했던 겁니다. 정확합니다. 저와 상담을 마친 부부의 삶이 달라졌습니다. 인생 목표가 달라졌습니다. 부부가 가족력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결국 아이도 부모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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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무덤에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

또 다른 사례. 부모의 말 한마디가 빚은 참극이었다. 

"최근 초등학교 남학생 B군이 건물 옥상에서 스스로 몸은 던져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B군이 엄마 몰래 PC방을 갔다가 이 사실을 엄마에게 들켰고, 엄마는 '너 나중에 집에서 보자'고 B군을 꾸짖었습니다. B군은 '난 집에 가면 죽었다'란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건물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던 사건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사례에서 대부분 ‘학교성적’이 문제가 된다. 지난 2011년 10월, 부산의 어느 중학교 2학년 학생이 20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졌다. 스마트폰을 갖고 싶었던 그 아이는 중간고사 성적이 오르면 사주겠다는 부모의 요구에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를 접어야 했다. 그 학생이 유서에 남긴 말은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였다.  

박 소장은 “여러분들 중에 경제적으로 여유 없길 바라는 사람이 있나? 여러분들 중에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지 않은 사람 있나? 그러면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여유를 느낄 만큼 돈을 모두 많이 버나? 모든 사람이 무병장수하나?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아이에게 ‘성적도 못 올리냐?’ ‘너 뭐하는 녀석이냐?’ 등 마음 깊이 상처를 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우리 부모들을 되돌아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이들로부터 ‘아빠 엄마는 뭐하는 사람인데 돈도 많이 못 벌어?’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재벌 2세’가 미래의 꿈이라는 어느 중학생이 “근데 우리 아빠가 노력을 안해요”라고 한 어느 유머도 결코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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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엄마는 뭐하는 사람인데 돈도 많이 못 벌어? 

박 소장은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 학원이 정말 많다. 그런데 학원 못지않게 소아정신과 전문 병원도 그렇게 많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나”며 “이 자리에 있는 부모들은 자신이 생각한 인생대로 살고 있는가. 아니지 않는가. 우리 사회가 이상하다. 부모들 스스로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는 행동을 두려워한다”고 꼬집었다.

박 소장은 “아이들 생각은 분명 어른들이 봤을 때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부족한 생각마저 지지해줄 어른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경험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자기주도 학습이다”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후, 하귀일초등학교 이완국 교사의 진행으로 ‘즉문즉답’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강연자와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속 시원한 소통의 시간이 됐다. ‘우리는 부모일까? 아니면 학부모일까?’란 화두가 던진 이날 강연의 울림이 더 크고 깊어진 시간이었다. 

부모아카데미는 자녀 인성지도와 대화법, 진로 지도, 폭력 예방 등 자녀교육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올바른 자녀 교육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매월 2~3차례 자녀 교육 전문가들을 초빙해 11월말까지 총 24강좌가 마련된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제주에 총출동한다. 무료.  

다음 강연은 오는 8일 오후 2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김향숙 미래위전략컨성팅 대표가 '우리는 줏대 있는 부모인가'를 주제로 부모의 가치관이 아이의 행복에 얼마나 큰 영항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수강 신청·장소 문의 = 제주도교육청 064-710-0433, 제주의소리 064-711-702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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