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나침반교실](2) 김향숙 미앤위전략컨설팅 대표 "부모 일관성 절대적"

‘잘 먹고 잘 사는 법’.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얘기다. 삼시세끼만 '잘' 챙겨 먹어도 건강한 삶이라고들 한다. 그런 ‘밥’이 자녀에겐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정성스레 차려준 밥상을 보고도 자녀들은 감동을 느낀단다. ‘아버지, 어머니가 날 사랑하는 구나’.

자녀를 감시하고 강요하는 학부모(虐父母)보다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부모가 자녀 정신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 지극히 당연한 이 말 한마디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공동주최한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 교실’ 두 번째 강연이 8일 오전 10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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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숙 미앤위전략컨설팅 대표.

강연자는 김향숙 미앤위전략컨설팅 대표.

전 용인대학교 진로탐색 외래교수인 김 대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속 강사로 활약중이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이러닝(e-learning) 품질인증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자녀 학습에 관해선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이날 들고 나온 주제는 ‘부모 가치관이 아이를 행복하게 한다-우리는 줏대 있는 부모인가?’.

학업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녀를 다수의 학원에 보내는 부모, 사교육 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자녀가 길거리 음식이나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게 하는 부모...

김 대표는 부모들의 이런 행동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먼저 김 대표 자신은 아들의 건강을 생각해 합기도 학원에 3년 정도 보냈고, 3개월 정도 학원에 보냈을 뿐 사교육에 매달린 적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단다. 따뜻한 밥상을 차려준게 자신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 공부에도 자극제가 됐다는 뜻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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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숙 대표.
부모가 생각하는 자녀의 성공은?

“다 같이 생각해봅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성공이 무엇인가요? 가슴으로는 건강하게 잘 크는 것? 그렇다면 머리로는 어떤가요? 다른 학생에 성적이 뒤떨어지지 않는 것? 너무 어렵지 않나요? 가장 좋은 것은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잘해서 그 분야로 취업하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도 모르게 자신(부모)이 원하는 것을 자녀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를 무용학원에 데려가니 학원 강사들이 춤에 소질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춤에 소질 있다고 하니 부모는 ‘내 아이는 유명한 무용가가 될 수 있어’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부모는 아이에게 춤 관련 각종 수업을 받게 했죠. 아이는 이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을 시켜줬는데, 금방 포기하는 걸 보니 내 아이는 지구력이 없는 것 같아’라고 생각해버립니다”

김 대표가 강의 시작과 함께 던진 화두다. 객석의 부모들은 순간 멍(?) 때렸다. 되돌아본 자신의 모습이 학(虐)부모 같았을까.

이어진 김 대표의 경고.

“자녀가 취미로 잘하고 있었는데, 그 취미가 학습이 되는 순간 아이가 지쳐버립니다. 부모는 잘 모릅니다. 스스로 ‘이 행동이 정말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생활, 학습, 습관 등 일상을 ‘조물딱 조물딱’하다보면 아이는 그 것에 지쳐 ‘조물떡’이 되고만다. 그런 부모는 아이에게 관리, 감독의 상징과 같은 ‘사감’(舍監)과 별 차이 없다는 얘기다. 한집에서 함께 살기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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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숙 대표 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 “똑바로 말해” - “그럴 줄 알았어”

“자녀가 실수를 하면 부모들은 자녀를 붙잡고 ‘똑바로 말해. 이거 왜 이렇게 됐어?’라고 묻겠죠. 아이가 조심스레 솔직히 말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말할 거에요. ‘그럴 줄 알았어’ 아이가 솔직하게 말했는데, 왜 혼냈던 거죠?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요? 아이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녀에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나(부모)는 이런 부분 때문에 속상했어’라고 왜 말해주지 못하나요?”

“다들 자녀가 말대답한다고 생각한 적 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모가 잘못했어요. 똑바로 말하라고 해서 자녀가 대답했는데, 자녀가 말대답 한다고 느낍니다. 자녀가 아무 말 하지 않으면 또 부모는 자녀가 아무 말 없다고 혼내요. 아이들이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가요?”

김 대표는 이런게 모두 줏대 없는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자녀들이 어떤 반응과 행동을 했을 때 부모의 반응과 행동 또한 일관성 있어야 하지만, 부모의 개인적 감정이나 그날 컨디션 등으로 오락가락 한다면 아이는 혼란에 빠진다는 의미다.

부모의 일관성 없는 행동이 자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김 대표는 부모의 줏대 있는 행동으로 자녀가 사교육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하고, 올바른 말과 행동으로 삶의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해 하는 심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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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숙 대표가 이완국 하귀일초 교사와 함께 프리토킹을 나누고 있다.
◆ “자신만의 줏대를 찾아요”

김 대표는 부모들 각자 자신만의 줏대 있는 행동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줏대는 '밥'이라고 했다.

“줏대 있는 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저는 그 줏대를 밥으로 잡았어요. 언제나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아침밥상을 차렸고, 지금도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고 있어요. 집 냉장고도 작습니다. 쓸 일이 거의 없어요. 그날 먹을 음식을 당일 장봐서 요리를 해먹다 보니 냉장고가 텅텅 비었죠”

이어 따뜻한 밥상으로 이어진 한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 모 중학교에 소위 ‘일진’ 인 A군이 있었어요. 친구를 때리는 등 사고를 쳐서 강제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죠. 그때마다 A군은 ‘아빠가 싫어서 사고 쳤다’고 했어요. 전학 이후 A군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4년 동안(아들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매일 A군이 먹을 밥을 차려줬어요. 다른 것 없이 매일 아침, 점심, 저녁밥상을 직접 차렸어요. 그런데 A군 성적이 오르기 시작한 거에요. 더 이상 나쁜 행동도 하지 않았죠. A군이 매일 따뜻한 밥상을 보면서 ‘아버지가 날 사랑하고 있구나’ 느꼈고,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로 A군은 최근 미국 주립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어요”

정성껏 차린 따뜻한 밥상 하나로 아이에게 사랑이 전해진 사례. 경연장 내 몇몇 부모는 고개를 숙였다.

일관된 행동 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여태껏 왜 몰랐을까 하는 뉘우침이 엿보였다.

김 대표는 “일상에 지쳐 간단한 요깃거리로 자녀에게 한 끼를 때우게 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도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게 교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바심을 내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에게 사랑을 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후, 하귀일초등학교 이완국 교사의 진행으로 김 대표와 참석자들이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즉문즉답’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부모아카데미는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길잡이는 부모에서 출발한다는 취지로 자녀 인성지도와 대화법, 진로 지도, 폭력 예방 등의 교육을 통해 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매월 2~3차례 국내 내로라하는 자녀 교육 전문가들을 초빙해 11월말까지 총 24강좌가 진행된다.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다음 강연은 오는 29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교육협동조합 '사람' 장소영 강사가 부모 ‘감정 코칭’을 주제로 강연한다. 부모의 감정 기복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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