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은 매년 여행 겸 소록도 봉사를 간다. ‘자오나눔’ 선교봉사 단체의 소록도 봉사 행사에 일원으로 합류했다. 사전에 허락된 봉사단체를 통해야만 한센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에 들어가 그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가면 나도 소록도봉사 10년 차가 된다. 매년 가고 있지만 갈 때마다 뭔가 좀 더 특별함을 느낀다.

8월3일 오후 5시10분 제주항에서 전남 고흥(녹동항)으로 출발했다. 봉사일정은 3일 오전부터 시작하지만 우리는 제주도에서의 이동으로 인해 좀 늦게 합류했다. 이번에 봉사자는 전국 각지에서 총 205명이 신청했다. 이제껏 제일 많은 숫자라고 한다.

저녁 집회가 끝나갈 무렵에 도착한 우리는 조를 편성 받고 상견례 후 그날은 그렇게 보냈다.

둘째 날인 8월4일, 본격적인 봉사가 시작됐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소록도 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 후 잠깐의 휴식 후에 일정을 소화했다. 우리 조는 제주도에서 온 성산교회 참가자들로 구성됐다. 같은 고향이어서 그랬는지 더 마음 편했다. 예년 같으면 오전에 봉사를 열심히 하고 오후에 소록도 견학 및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겼는데, 이번엔 오후에 밀물이 들어와 위험할 수 있어서 계획을 바꿔 오전에 소록도 견학을 했다.

간략하게 소록도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소록도라는 이름은 지형이 어린사슴의 형태와 비슷함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소록도는 한센병력자들이 사는 곳이다. 한센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당시 사람들은 한센병을 끔찍하고, 더럽고, 쉽게 전염이 되는 불치병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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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라탑에서 아빠와. ⓒ제주의소리
충분히 치료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일반인과의 심각한 격리대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지금은 양성 환자가 없어서 전혀 거리감을 느낄 필요조차도 없다. 3~4년 전만해도 소록도에 들어가려면 배로 이동해야 했다. 지금은 소록대교를 이용해 수시로 왔다갔다 할 수 있다.

계획에 따라 소록도 견학하면서 암울했던 시기에 건설된 여러 곳들을 둘러보았다. 제일 먼저 본 자혜의원은 1916년에 설립된 한센병 진료를 위한 의료시설이다. 그리고 소록도 중앙공원은 환자들의 위안장으로 가꾸어오던 산책지를 대유원지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그곳에는 ‘한센병은 낫는다’라고 크게 쓰여진 구라탑과 공을 기리기 위한 다미안 공적비 등이 있다. 그 다음 본 것이 그 유명한 감금실이었다. 감금실은 일제강점기 인권 탄압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한센환자들은 여러 자유를 빼앗기고, 반항할 시에는 불법 감금, 감식, 금식, 체벌 등의 징벌을 받기도 하고 강제노역을 해야만 했다.

여기에 갇힌 사람들은 사망 또는 불구가 됐으며, 도망칠 때에는 예외 없이 정관 절개를 당하였다고 한다. 그곳에 ‘단종대(이동)’, ‘감금실(김정균)’ 이라는 2개의 시가 있다. 정말 마음이 아플 정도로 슬픈 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견학 한 곳이 검시실, 즉 시체를 검사하고 해부하는 장소였다. 한센병 환자들은 “3번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한센병 발병이고, 두 번째는 죽은 후 시신 해부, 마지막으로는 장례 후 화장의 순서를 거치기 때문이다. 소록도 견학을 끝낸 뒤 해수욕장에 가서 물놀이를 하면서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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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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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시실 입구에서
점심 후에는 우리 조가 봉사하기로 정해진 주민의 텃밭을 가꿨다. 개나리를 텃밭에 심고, 그 텃밭을 잘 다듬기 위해 흙을 여러 번 파고 날랐다. 처음으로 삽질을 접해 봐서 서툴기도 하고 허리도 아팠지만, 주인아저씨의 넉넉한 웃음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깔깔 웃으며 봉사하시는 함께 한 많은 분들을 보며, 나도 더욱 분발하여 봉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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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센인 아저씨의 텃발 가꾸기 작업 중
여러 봉사가 끝난 후 휴식을 갖고 저녁 집회가 이뤄졌다. 어제 잘 참석하지 못한 탓에 이번엔 정말 집중해 참여했다. 피곤했지만 목사님 말씀도 정말 은혜 깊었다. 집회 마지막에 목사님들께서 안수기도 해주실 때 한층 더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날인 8월5일, 아쉽게도 우리는 9시 배를 타야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밥만 먹고 출발해야 했다. 교통의 불리함 때문에 모든 봉사에 전적으로 참여하지 못함이 제일 안타까웠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한센병은 그리 대단한 병이 아니다. 충분히 치료될 수 있고 일반인과 다를 것도 전혀 없다. 그저 한쪽 손 또는 발이 불편하고, 외모가 좀 다를 뿐이다. 그런 것을 우리들의 무지함과 외모 지상주의로 덮어 씌워가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봉사기회를 통해서 그 무지함과 오만함을 얼른 깨닫고,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 각 한 명, 한 명이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센 환자들에게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딱 한 가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소록도에 살고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육체가 아닌 ‘마음의 상처’가 아닐까 싶다. 육체적 고통은 꾸준한 치료로 인해 완치될 수 있지만 마음의 고통과 상처들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그분들은 우리 같은 손녀, 손자들이 손 한번 잡아주고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해 하시고 기뻐하신다. 몇 년 전 어떤 할머니의 손을 잡아드렸더니, 제일 아름다운 미소로 맞아 주셨던 것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소록도는 앞으로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꾸준히 와보고 싶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 따라서 온 것이 이렇게 좋은 경험들로 쌓이듯이, 후에 내 자식들에게도 이런 뜻 깊은 경험들을 전해주고 싶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아빠와 우리들을 항상 잘 챙겨주시는 자오나눔 팀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리며,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 드린다. / 제주여고 2학년 송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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