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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지역 운전자들이 자동차 번호판 숫자 중 '4'자로 끝나는 번호판 사용을 회피하면서 당국이 그동안 쌓인 '4'자 번호판을 밀어내기식으로 배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클릭] 운전자들 ‘4’자 꺼리다 적체 심화...두 달째 ‘4’자 번호판 밀어내기 '진풍경'

17일 오후 옛 제주세무서 건물에 위치한 제주시 자동차등록사무소 주차장. 줄지어선 차량들 사이로 새로운 번호판을 부착하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번호판 끝자리는 모두 ‘4’자 였다. 최근 새차를 구입한 A씨와 지인 B씨 역시 발급받은 번호판의 마지막 숫자가 ‘4’자로 끝났다. A씨의 경우 4자리 중 3자리가 ‘4’자였다.

자동차등록사무소에서 만난 한 민원인은 “오늘 배정된 번호 중 상당수에 4가 포함돼 있었다. 결국 선택한 번호판도 4자로 끝나지만 앞자리 3개가 연속된 숫자여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에서 번호판을 신규 발급받거나 번호판 변경에 나선 운전자들 중 상당수가 번호판 4자리 숫자 중 ‘4’자 들어간 번호를 발급받는 진풍경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 차량 번호판은 두 자리 숫자와 한글, 그리고 4자리 숫자로 조합되는 구조로 2005년부터 지역명을 뺀 흰색 바탕의 전국통일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다.

앞자리 숫자 1~69까지는 승용차, 70~79는 승합차, 80~97은 화물차, 98~99는 특수차를 뜻한다. 일반차량은 가, 나, 다, 라, 마 등, 사업용은 아, 바, 사, 자, 렌터카는 하, 허, 호를 사용한다.

나머지 4개 숫자는 천단위로 배정되며 제주를 포함해 무작위로 전국에서 나눠 사용한다. 문제는 운전자들이 ‘4’자의 번호를 꺼리면서 특정 번호판이 쌓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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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지역 운전자들이 자동차 번호판 숫자 중 '4'자로 끝나는 번호판 사용을 회피하면서 당국이 그동안 쌓인 '4'자 번호판을 밀어내기식으로 배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도내 한 자동차등록 번호판 발급대행업체는 지난 5월 ‘28오△△△△’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제작하다 5월26일부터 느닷없이 신규번호를 부여받지 못해 새로운 번호판 배부를 중단했다.

대신 이미 제주에 부여된 자동차 번호 중 번호판으로 제작하지 못한 일감을 넘겨받았다. 승용과 화용물, 사업용을 가리지 않고 ‘4’자로 끝나는 번호판이 대다수였다.

짧은 시간에 ‘4’자가 포함된 번호판이 수없이 만들어지면서 일부 업체에서는 제작과정에서 숫자를 혼동해 다른 번호판을 고객에게 내미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넘쳐나는 ‘4’자 번호판은 기존 차량 구매자들이 유독 ‘4’자가 들어간 번호판을 꺼렸기 때문이다. 특히 끝자리에 ‘4’자가 들어간 번호판의 경우 운전자들이 회피하는 경향이 더 짙다.

자동차 번호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필요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배정한다. 운전자는 차량등록사무소를 방문해 10여개의 숫자 중 자신의 원하는 차량 번호 1개를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밀려난 번호들이 바로 ‘4’자 번호판들이다. 제주시 자동차등록사무소가 하루 처리하는 번호판은 100여건. 이들 ‘4자’ 번호판이 수년간 쌓이다 결국 이번 대란으로 이어졌다.

제주시 자동차등록사무소측은 “운전자들이 특정 숫자를 피하다보니 ‘4’가 들어간 번호판이 쌓였다”며 “민원인들에게 이 같은 상황을 잘 설명하며 배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4자가 들어간 번호판을 소진하지 못할 경우 신규 번호를 부여받지 못한다”며 “두 달여에 걸쳐 상당수를 유통시켰고 조만간 정상적인 일반 번호판 배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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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기차를 구입한 A씨의 번호판에는 '4'자가 무려 3개나 들어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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