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437_188779_5233.jpg
▲ 제주도립미술관 학예부서 신설이 조직진단에 포함되지 않은 가운데, 개방형 학예팀장 도입 등의 조직 개편 내용이 담긴 도립미술관 중장기 발전계획이 2013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의소리
2013년 도립미술관 중장기 발전계획에 학예부서 신설 포함...존재조차 몰라

원희룡 제주도정 출범 이후 처음 추진된 ‘조직진단 연구용역’에 제주도립미술관의 학예부서 신설 방안이 빠진 가운데, 학예팀장 임용 및 부서 신설 등이 포함된 2년 전 도립미술관 중장기 발전계획이 조직진단 연구용역 과정에서 검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27일 공개된 제주도 조직진단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는 도립미술관 부서 개편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학예사를 포함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전국 시도 미술관 가운데 유일하게 학예부서가 운영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조직진단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도립미술관 학예부서 신설이 빠진 이유로, 현재 미술관 이용객 수를 고려할 때 조직·인원 조정 보다 먼저 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수만 책임연구원은 지난 28일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립미술관 같은 독립적인 사업소의 경우, 장기적인 차원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부서 신설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냐”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의소리]가 확인한 결과, 도립미술관은 이미 2013년 1월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재)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용역(수행연구원 김학모)을 담당했고, 계약금액은 2427만원이다.

당시 보고서에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발전계획을 추진하는 일정이 분야별로 정리돼 있다. 특히 미술관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직제 개선 방안이 포함됐다.

직제 개선 방안에는 ▲제주도립미술관 학예팀 신설 ▲학예팀장 개방형 직위 임용 두 가지가 명시돼 있다.

2012년 10월부터 학예팀 직제 신설을 협의해, 2014년에 개방형 직위로 학예팀장을 임용한다는 계획이다.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학예팀장 임기를 최소 4년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직제 신설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4억원으로 책정했다. 1년에 5000만원 꼴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학예팀장 한 명을 뽑아 운영팀에 소속돼 있는 학예사들을 한 데 묶는 것 뿐이다.
ew1wdasa.jpg
▲ 2013년 1월 나온 제주도립미술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보고서. ⓒ제주의소리
cats.jpg
▲ 2013년 1월 나온 제주도립미술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보고서 중 조직 개편 내용. ⓒ제주의소리

용역진은 학예팀 신설, 팀장 임용 등 직제 신설이 도립미술관 뿐만 아니라 지역 미술에 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유능한 시니어 전시기획자를 초빙해 전시·문화행사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학예연구사의 경력을 쌓고 인맥을 구축하는 등 학예연구사 인력 개발로 향후 제주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시도 미술관 가운데 제주만 학예부서가 없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모두 있다고 해서 굳이 따라갈 필요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지만 학예부서는 미술관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미술계에서는 미술관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학예연구(수집, 보존, 조사 및 연구) ▲프로그램(전시와 교육) ▲행정을 꼽는다.

김성환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은 “미술관이 문을 열 때부터 나왔던 문제를 지금까지 해결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심스러운 일이다. 전시를 기획하는 학예부서가 별도로 갖춰지지 않으면 미술관 조직의 역할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금은 사실상 관장이 기획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는 도립미술관이 동네미술관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은 바 있다.

결국 제주도는 기본 중의 기본 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로 무려 6년이나 끌고 온 셈이다. 원희룡 지사는 그전 도백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문화' 가치를 도정 목표에 포함시키며 달라진 문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했다. 그러나 첫 조직진단에 도립미술관 활성화의 첫걸음인 학예부서가 빠지면서 미술계에 실망감을 안겼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직진단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나 용역 발주처인 제주도 모두 도립미술관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해서는 존재 조차 몰랐다. 일종의 예산낭비를 초래한 셈이다.

이수만 책임연구원은 31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연구용역 진행 과정에서 각 부서의 의견을 받고 있는데, 도립미술관으로부터 중장기 발전계획이 존재한다는 내용은 접하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를 확인하면 조직진단 과정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모든 부서의 요청을 그때그때 반영하면 좋겠지만 (정책의)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