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기자 공무원 폭행] 경찰, 상해·협박 입증했지만 인사개입 등 의혹 못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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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제민일보 기자의 제주시청 국장 폭행 및 국장 투신 사건은 경찰이 해당 기자를 상해 및 협박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선에서 사실상 일단락됐다.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경찰은 물증(cctv)을 통해 현모 기자(41)가 제주시 백광식 국장(57)을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를 입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백 국장이 투신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 그리고 투신 전 도의원과 동료 공무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제기한 '인사개입'과 '권언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를 밝히지 못해 검찰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3일 오후 2시께 브리핑을 갖고 현 기자의 상해 및 협박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폭행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현 기자와 백 국장의 주장은 완전히 상반됐다. 

# 현 기자 '폭행 사실 무근' 주장은 '거짓말'

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난 8월19일 밤 11시40분께 제주시 연동에서 현 기자는 백 국장, 백 국장 일행인 모 업체 대표 K씨(60)와 우연히 마주쳤다.

당시 백 국장은 현 기자가 함께 술을 마실 것을 강요했고, 자신이 거부하자 욕설과 함께 '공무원을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하면서 팔꿈치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 기자는 을지훈련 기간 중 공무원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백 국장이 머리로  몸을 밀치는 것을 막았을 뿐이라며 직접적인 폭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현 기자는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도 "을지훈련 기간이고 (백 국장이)난동을 부려서 스스로 옷을 벗으라고 했다.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뿐 폭행은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 기자는 <미디어오늘> 등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폭행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현 기자의 주장은 경찰 수사결과 대부분 거짓말로 밝혀졌다.

경찰은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사거리에 설치된 고정식 ITS 관제센터 공공용 CCTV를 확인한 결과 현 기자가 백 국장을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의 수사 브리핑에 따르면 현 기자는 무려 8차례 백 국장의 목과 얼굴부분을 폭행했고, 백 국장은 고개가 젖혀지고 안경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결국 백 국장은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했다.

# 김병립 시장-김태환 전 지사, 백 국장 회유?

백 국장은 8월23일 새벽 투신하기 전에 동료  공무원과 도의원, 공무원노조 등에 "혼자 일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아무리 정의로운 일이지만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언론 즉 펜의 권력 앞에는 당할 자가 없군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현직 기자와의 폭행 사건에 휘말린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으나 주변의 회유와 압력 때문에  역부족이었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찰 수사에서도 8월19일 폭행 사건 이후 현 기자가 백 국장의 직장 동료와 상사, 지인들과 16차례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백 국장의 상사라고 할 수 있는 김병립 시장과 김태환 전 지사와도 현 기자가  통화를 했음이 확인됐다.  

경찰은 현 기자가 김 시장과 6차례 전화를 주고받았으며, 이중 3번은 현 기자가, 나머지 3번은 김 시장이 먼저 걸었다고 밝혔다. 

현 기자는 김태환 전 지사와도 통화했고, 통화 이후 김 전 지사가 백 국장에게 전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시장과 김 전 지사는 경찰 조사에서 백 국장에게 "합의를 보는 것이 어떠냐"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국장은 이들의 발언을 사실상 '회유' 또는 '압력'으로 느꼈을 수 있지만 김 전 지사는 3일 오후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해서 회유나 압박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자신은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작 백 국장은 경찰 조사에서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고소를 취하하라는 회유에 대한 부담감과 사실 왜곡에서 오는 외로움, 언론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한 공직사회 무력감 등으로 자살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시장과 김 전 지사가 백 국장에게 합의를 권유했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 "통화녹취본 들은뒤 '사실 왜곡'  판단해 투신한듯" 

현 기자와 백 국장의 폭행 사건이 더 큰 파장을 몰고온 것은  4일이 지난 8월23일 제주시 연동 K씨(60)의 집에서 백 국장이  투신하면서부터다.

K씨는 8월19일 백 국장과 현 기자간  폭행사건이 벌어질 때 현장에 있던 백 국장의  지인이었다. 물론 현 기자와도 아는 사이였다.

이번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현 기자와 K씨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2분40초 분량)이 백 국장의 투신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녹취록은 폭행 사건 후 현 기자가 K씨와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주로 현 기자가 질문을 하고, K씨가 답변하는 식이다.

녹취를 들어보면 "현 기자가 백 국장을 폭행하지 않았다"는 k씨의 얘기가 나온다. 백 국장으로서는 진실을 밝혀줄 유력한  목격자라고 할 수 있는 K씨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말한 내용이 유포되자 배신감이 들었을 수 있다. 실제로 백 국장은 억울함을 토로했고, 23일 새벽 K씨의 집 4층에서 투신했다.

경찰은 "녹취 부분이 유포됐고, 피해자인 백 국장이 받았다"며 "사실이 왜곡되고 있구나 판단해서 K씨의 집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의 녹취파일은 삽시간에 퍼졌다. 

백 국장 뿐만 아니라 공무원노조 간부에게까지 유포됐다. 

공무원노조는 "같은 언론사의 기자 등이 사건의 진실은 백 국장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며, 함께 있었던 사업자 K씨와 사건 당사자인 기자와의 대화 녹취록까지 제시하며 노조 간부들을 회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녹취파일을 현 기자 또는 소속사 동료들이 뿌렸다는 얘기다.  

경찰도 이 녹취 파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현 기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어서 증거로 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녹취파일  내용은 경찰의 폭행 혐의 입증과 함께 왜곡으로 드러난 셈이다.

어찌보면 명백한 허위사실인데다 백 국장이 투신에 이르게한 요인인데도 여기까지 수사가 미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 인사.이권개입, 권언유착 의혹은? 공은 검찰로...

경찰 수사로 현 기자의 폭행 사실이 드러났으나 백 국장이 투신 전 동료 공무원과 도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기한 '인사.이권개입' '권언유착' 의혹 등은 하나도 밝히지 못했다.

백 국장은 동료들에게 "행정조직사회에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공직사회는 물론 인사에 개입하고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업을 하는 집단과, 그 가운데 중추적인 일을 담당하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이러한 일들을 파헤쳐 정의로운 사회를 꼭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검찰로 넘기게 되면 검찰은  현 기자에 대한 기소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간 셈이다. 검찰의 칼끝이 단순히 현 기자의 상해 및 협박 혐의만을 겨눌지, 그 너머로 향할지 제주사회의 시선이 검찰로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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