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처벌원한다"- 도지사는 '탄원서' 이중 행태
법원,벌금 선고- 공대위,수천만원대 비용마련 난감

▲ 지난해 11월 파행으로 무산된 특별법 공청회와 관련 제주도 공무원들이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지난해 11월 특별자치도특별법 공청회를 저지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공청회 파행당시 김태환 지사가 직접 시민사회단체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청회 파행이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들을 처벌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까지 사법부에 제출했으나 이미 담당 공무원들은 '처벌'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 참에 시민사회단체를 보복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19일 특별자치도 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 제주시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열린 특별자치도특별법 공청회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단상점거로 무산된 직후 이와 관련한 경찰 조사과정에서 '처벌을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과정 경찰의 조사를 받은 공무원은 제주경찰서에서 당시 특별자치도특별법 제정 추진을 담당했던 담당관, 국무총리실 파견 공무원, 그리고 공청회를 주관한 제주발전연구원 담당 책임자 등 3명.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불법임을 주장하는 공청회에 대해 "법적 하자가 없었으나 시민사회단체 회원 10~30명 가량이 단상에 올라가 점거하고 사회자 마이크를 빼앗아 공청회를 무산시켰다"고 진술한 후 "가해자들의 처벌을 원하느냐"는 경찰 질문에 "예, 원합니다"라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을 처벌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무원은 공청회 중단사태로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인식 해이 ▲정부의 대국민 신뢰 저하 ▲촉박한 입법절차 장애 ▲사회적 비용 부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처벌여부는 사업당국에서 법에 따라 판단해 처리돼야 할 문제이나 공청회 단상점거가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각인 시켜줘야 한다"면서 사실상 처벌을 요구했다.

다만 이날 공청회를 주관했던 발전연구원 관계자는 "발전연구원측이 피해를 입은 게 없어 뭐라고 하기가 곤란하다"는 발로 형사처벌에 유보적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청회 무산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된 사민사회단체 회원은 제주시 4명, 서귀포시 8명 등 모두 12명으로 제주지법은 지난 달 이들 중 3명에게 먼저 벌금 각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한 명은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기소된 상태다.

김태환 도지사의 탄원서를 믿고 있던 공대위측은 회원들에게 벌금이 선고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처벌'요구 사실을 확인하고는 "어떻게 제주도가 이런 겉 다르고 속 다른 행위를 할 수 있느냐"며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 김태환 지사는 당시 공대위를 만난 자리에서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탄원서까지 제출했으나 도 담당공무원은 이미 사법처벌을 요구했다.
공대위 차원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서고 있는 공대위 측은 이번 사건으로 변호사 선임료와 벌금에만 4000만~50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난감한 처지에 빠져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워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엄청난 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어 허탈함과 함께 제주도 공무원들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대위는 18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각 회원단체별로 모금활동과 함께 일일주점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지 난감한 상황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도의 이중적 태도에 비난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당시 특별법 공청회가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회에서도 제주도와 국무총리실이 주최한 공청회에 대해 '행정절차법'을 무시한 불법 또는 문제 있는 공청회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고 또 일련의 공청회 파행사태와 관련해 김태환 지사가 도지사와 시민사회단체에 유감을 표명한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제주도 당국의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환 지사는 사태 직후 사법 당국에 관련자들을 처벌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양우철 도의회 의장까지 사법당국의 선처를 호소한 상황이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당시 상황이 험악했고 서로 감정이 격해있다고 하지만 적법여부 논란이 처음부처 제기된 공청회 파행에 대해 공무원이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처벌'해 달라고 했다는 것은 이성을 잃을 감정적 대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도지사가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공무원이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특별법 파행 이후 도민사회 갈등 해소와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도 당국의 의지가 한낱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진정 제주도가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면 '처벌'요구를 취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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