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경호 위즈돔 사람도서관 제주 총괄 매니저…“새로운 사회적자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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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호 위즈돔 제주 총괄 매니저. ⓒ제주의소리

‘로컬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가기’-사우스카니발의 리더 강경환.
‘상황과 자신에 맞는 효과적인 소통방법’-체코에서 대안연극과 인형극을 배운 연출가 문수호.
‘제주에서 살아보니 어때’-‘뽀뇨아빠’로 유명한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의 실장 홍창욱.
‘제주도에 클래식 음악회가 필요할까요?’-제주에서 클래식기획사를 운영 중인 JR Music&Art 대표 고종률.

누가 제주가 좁다고 했나, 제주에도 찬찬히 살펴보니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자기 분야에서 탄탄히 내공을 다지며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이들. 이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바로 ‘사람도서관’이다.

사람도서관은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전통적인 공간적 의미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지식과 정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사람책’으로 명명하고 이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만남을 신청하고 교류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도서관 위즈돔의 제주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박경호(30)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한 권의 책으로 비유하는 거에요. 도서관에서는 책을 통해서 지혜와 지식을 얻지만, 사람도서관에서는 사람을 직접 만남으로서 그 사람의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죠”

제주 사람도서관은 제주 지역 내 다양한 인적 관계의 연결을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위즈돔의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다양한 융합을 추구하는 만큼 사람도서관이라는 플랫폼과는 궁합이 잘 맞은 셈이다. 위즈돔은 라이프브릿지그룹이 전국에 운영 중인 사람도서관의 브랜드다. 지혜라는 ‘위즈’와 공간적 개념을 담은 ‘돔’의 합성어다. 지혜가 쌓여있는 공간이란 의미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 이어 올해 7월 제주에 상륙했다.

누구나 매력을 느낄 법한 이들, 혹은 평범하더라도 그 안에 특별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사람책’이 된다. 매주 적어도 두 번에서 많게는 다섯 번까지 사람책을 만날 수 있는 쌍방향 테이블 토크가 진행된다. 강연이라기보다는 10명 남짓이 모여서 벌이는 이야기 파티다.

“사람책이 편한 일정과 장소에서 주제를 정해 만나죠.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죠. 책을 읽는 걸 독서라고 표현한다면, 사람책을 읽는 건 곧 ‘만남’을 의미하죠”

제주에 4년간 거주하며 제주 신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조이 로시타노부터 환상숲에서 곶자왈 해설을 하고 있는 이지영 해설가까지, 제주 곳곳에 어디 이런 보석들이 숨어있나 싶을 정도다. 생활벤처모임을 이끄는 기업인, 드로잉 북을 만드는 작가도 사람책으로 등록돼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명사나 전문가만 사람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자기 이야기가 있다면 누구나 사람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미 제주에는 90명의 사람책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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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열린 연출가 문수호씨와의 만남. 그는 제주지역 사람책으로 등록돼있다. /사진 제공=위즈돔 ⓒ제주의소리

“사람도서관=새로운 사회적자본”

제주에서 나고 자란 박경호씨는 대학교 3학년때까지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공연 행사 스텝을 맡다보니 자연스레 ‘콘텐츠 기획가’라는 꿈을 갖게 됐다. 위즈덤의 매니저 역할을 맡기로 결심한 건 이 때 즈음이었다.

그는 유독 제주의 청년들이 “제주는 경험과 도전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걸 못마땅해 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라도 이런 판을 깔아주고 싶었다.

“청년들이 먼저 나서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반대로 경험과 기회를 갖고 있는 시니어들이 먼저 나서준다면 청년들도 한 발을 내딛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소셜 벤처인 위즈돔과 함께 하게 됐어요”

이제야 4개월 째다. 게다가 혼자서 이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아직 젊은 그에게는 버거울만한 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당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토록 해 그 인력풀을 넓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기획자’라는 그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을 법하다.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은 그는 그의 사람도서관을 새로운 신뢰를 쌓는 과정, 또 더 넓고 새로운 ‘열린 괸당’을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사람도서관을 통해, 사람들 간의 만남을 통해 제주 사회가 조금이라도 사회적자본을 쌓을 수 있다고 봐요. 사람이 조금 더 경험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으면서 더 생생히 알 수 있잖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고, 동일한 관심사가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죠. 가령 언론인의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인터넷 검색만 하는 것보다 기자분을 직접 만나보는 게 훨씬 낫지 않나요? 이런 방식을 통해서 사회적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고 봐요”

사람도서관이 정말 필요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나온 군더더기 없는 답변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같은 또래 청년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없는 지 물었다. 조금 고심하다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왔다.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봤으면 해요. 기회는 기다리면 오는 게 아니라 찾아나서는 거에요.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청년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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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호 위즈돔 제주 총괄 매니저. ⓒ제주의소리

박경호 매니저는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제주의소리>에 사람도서관 위즈돔을 통해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제주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풀어져 나온다. 그의 만남과 이야기가 제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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