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경용 의원(예결위원장)

감귤수확기가 한창인데 연이은 비 날씨로 감귤농가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다. 달갑지 않은 비 날씨는 감귤의 당도하락과 함께 부패과 발생 등으로 감귤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올해산 감귤의 비상품 소과(기존 1번과 이하의 비상품 감귤)가 대량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극조생의 경우 전체 감귤생산량의 30%이상이 비상품감귤 소과에 해당하고, 이제 막 수확을 시작한 일반조생의 경우에도 30%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주도내 감귤 총생산량을 53만 톤으로 본다면, 비상품소과는 16만톤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16만톤 중에서 가공용으로 5~6만 톤을 처리하고 나면, 나머지 10만톤 이상이 남게 된다. 이 10만톤 이상의 비상품감귤이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출하된다면 시장에 교란현상이 일어나고 전체적으로 약 1000억원 이상의 감귤가격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이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은 안이한 대처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정말 대안은 없는가? 아니다. 일반 조생감귤 수확이 11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되고 있는데, 추위피해가 우려되지 않는 해발 100고지 이하 지역에서 비상품 감귤 소과를 지금 수확하지 말고 내년도 구정명절부터 3월까지 수확출하(월동출하)를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확이전까지 영양제를 2~3회 살포해주게 되면, 이들 소과의 70~80%정도가 기존 2번과 이상의 상품감귤로 생육하게 되고 아울러 당도도 12브릭스 이상이 되는 것이 수십 년 동안 감귤농사를 지어 온 농부들의 경험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브랜드가격이 아니더라도 제주도 전체적으로 약 1000억원 이상의 감귤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상품감귤 소과 수확시 드는 1인 1일 일당비 5만원의 감귤수확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과연 실제 이런 사례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사례가 있다. 1995년도 일본 에이메현에서 현재 제주도와 같은 상황이 발생된 적이 있는데, 월동 후 출하라는 비상수단을 강구해 수확함으로써 2배 이상의 감귤가격을 받은 기적이 일어났고, 이때부터 월동수확출하하는 전문농가가 증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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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용. ⓒ제주의소리
우리 제주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경면 산양작목반에서는 10년 전부터 월동 출하하는 방법으로 대전공판장에 출하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상태를 방치하면 비상품감귤 소과의 대량발생으로 감귤농가피해가 막심할 것이 심히 우려된다. 소과가 대량 생산된 2012년도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선제적 대응수단으로 도지사를 비롯한 제주도 행정당국의 과감한 용단이 필요하다. 농협과 감협 등의 출하단체들과 협조해 월동출하 방안 등 비상품감귤 소과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이경용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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