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 첫 동시집 '고양이가면 벗어 놓고 사자가면 벗어놓고'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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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김희정 시인의 첫 시집 <고양이가면 벗어 놓고 사자가면 벗어 놓고>.
아동문학가 김희정 시인(49)이 최근 첫 동시집 <고양이가면 벗어 놓고 사자가면 벗어 놓고>를  냈다.

김 씨는 지난 2000년 <어린이문학>에 '제비'를 발표하며 어린이문학에 발을 딛었다. 지난 2012년엔 [제주의소리]에 '산길의 숨, 쉼'을 싣기도 했다. 

16년 만에 첫 선을 보인 동시집은 기존에 기회 닿을 때마다 발표했던 시들을 한데로 묶은 것이다. 서울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으며 출간이 이뤄졌다.

제1부 한라산이 옷 갈아입는 법, 제2부 대장 말 잘 들어야 해, 제3부 너 어디 사니, 제4부 바람이 살 수 없는 곳 등 이번 동시집에서 모두 50편을 선보인다.

제주 살이 20년 남짓. 삶의 터전이 된 제주에서의 생활을 시 안에 풀어놓는다. 자연과 지형, 풍습, 먹을거리 등 섬이라는 특수성에서 나타난 삶의 풍경이다. 동심으로 길어 올린 시어들은 쉽고 간결하지만 시가 지닌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각 대장/싸움 대장/우리 반 한별//욕 잘하고/잘 할퀴고/우리 반 한별/시장에 가다 슬쩍 보니/야채 파는 제 할머니 옆에서 양파 까고 있더라./고양이가면 벗어 놓고/사자가면 벗어 놓고/매운 눈 비비며 양파 까더라.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고양이가면 벗어 놓고 사자가면 벗어 놓고'는 학교에선 말썽꾸러기이지만 할머니에겐 애틋한 효자인 어린이의 모습이 천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배경은 재래시장. 소박하고 정겨운 일상의 풍경이다.

'동시에 담긴 제주도는 아이가 되었다가 때론 바람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어 파도 소리를 내다가도 오름이 되기도 하면서 뭍사람들에게 제주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출판사의 서평처럼 다양한 소재가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사시사철 사이에/제주도에만 있는 철이 있지//봄 여름 사이에 고사리철/고사리 꺾느라 텅 빈 집들/사람 구경하기 힘든 철//가을 겨울 사이에 감귤 철/감귤 딸 사람 찾느라/농부들 애가 타는 철 -'고사리 철 감귤 철'

섬사람에겐 지극한 예삿일들이 시인의 눈에선 다르게 펼쳐진다.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시 '제주도 바람'에서 시인은 '그 사나운 바람에도 제주 사람들/나무 심어 달래 주고/돌담 쌓아 바람길 만들고/지붕 낮추고/마음 낮추고 살지요'라며 새로이 의미를 보탠다.

김은영 동시인은 "자그마치 16년 동안 말을 아끼고 정갈히 다듬어서 펴낸 첫 동시집이다. 그래서 단순미가 있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며 "많은 어린이들이 제주도를 만나고 제주도와 이야기하며 실컷 놀다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개구리. 117쪽. 가격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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