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태석 의원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대법원 무효 판결, 투자진흥지구 ‘먹튀기업’ 논란, 중국자본의 토지 잠식, 카지노 관리감독 제도개선 한계, 아파트 고분양가 및 주택가격 급등, 제2공항 및 에어시티 건설….

위에 열거한 사안들은 2015년 한 해 동안 제주사회에 많은 논란과 갈등을 야기했던 주요 정책이슈들이다. 각 정책이슈들은 각기 다른 원인과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에 의해 각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개별 정책이슈들을 조금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나로 집약되는 논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정책의 ‘효율성’과 ‘형평성’이다.

정책은 집행에 있어 필연적으로 비용을 수반하며 그 정책 집행에 따른 편익을 발생시킨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특정 정책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세금을 납부한다거나 경제활동이 제약되거나 토지수용을 감내해야 하는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며, 반대로 특정 정책의 집행으로 인해 누군가는 보조금을 받거나 공공서비스 혜택 등의 ‘편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책으로 발생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면 ‘효율적인’ 정책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효율성은 비용부담자가 누구이고 편익부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즉 효율성의 기준을 따르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그대로 두고 고소득층의 소득만을 증가시키는 정책도 편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판단한다. 이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가? 그렇기에 정책에서는 효율성 못지않게 형평성이 중요한 가치 기준이 되는 것이다. 형평성은 “누구를 위한 효율성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 즉, 사회구성원 간의 분배 문제를 고려하는 규범적 기준이 바로 형평성이다.

특정정책의 집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손해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정책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효율성은 최고 가치로 인식되기 쉽다. 제2공항 건설 등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러한 논리가 적용된다. 제주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므로 비용을 부담하는 ‘소수’는 감내해야 한다고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원토지주들에게, 제2공항 건설 대상지 주민에게, 그리고 제주도민들에게 말한다. 그러나 ‘효율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비용을 부담하는 자는 누구인지, 편익은 누구에게 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과 편익 분배의 차이를 어떤 식으로 교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함께 설명해야 하는 것 또한 행정의 역할이다.

그러나 형평성은 아쉽게도 효율성과 같이 단 하나의 합의된 정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어떤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어떤 편익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행정은 그렇기에 보다 분명한 가치 기준인 ‘효율성’을 정책 집행의 당위로 내세우며, ‘형평성’에 대해서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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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석 의원. ⓒ제주의소리
형평성도 중요한 가치임을 주장하는 쪽은 대체로 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측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누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2015년 한 해 동안 도가 주장하는 ‘효율성’ 이외에 ‘형평성’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도정질문, 상임위 및 행정사무감사 등의 의정활동을 통해 피력해왔으나 쉽지 않았다. 당연히 고려돼야 할 가치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이 직접적인 비용부담자가 되기 전에는 ‘형평성’은 무시되기 쉽다. 그러나 제주도에 부는 개발 광풍을 감안한다면 영원히 자기 자신이 비용부담자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어쩌면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형평성’이란 가치가 실현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다가오는 2016년에는 그런 제주가, 그런 행정이 되길 기대해본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태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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