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진철훈·김태환 토사구팽으로 '밀실정치' 양산
김태환,거듭된 약속 파기·무소신으로 '정치혐오' 자초

5.31 지방선거 승리에 혈안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이에 호흡을 맞춘 김태환 지사가 최근 며칠 사이 제주사회를 몇 차례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이에 따라 제주정가는 완전히 뒤죽박죽됐고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제주정가는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행정구조개편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둬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도민들은 기존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보여준 싸움판에 또 한 차례 넌저리를 치게 됐다.

각본·연출 우리당 수뇌부, 주연 김태환·진철훈이 보여준 한국판 블랙코미디 

▲ 지난 3월27일 정책투어차 제주를 방문한 정동영 의장은 진철훈 도지사 예비후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어린이 날을 앞뒤로 4~6일 사흘사이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은 한국 정치가 보여줄 수 있는 '야합 정치'의 결정판이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 정체성과 지역정서는 안중에 없이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유력 후보 끌어 당기기에 급급했고, 이 과정에서 김태환 지사는 무소속과 열린우리당을 몇 차례 오가는 '무소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제주정가를 파국으로 이끌었다.

▲ 정동영 의장은 3월31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서 "열린우리당 제주도지사 단독 예비후보가 있는데도 타 시·도에 비해 후보확정이 지연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당선가능성을 우선시 하기 이해 도지사 공천을 미뤄놓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 김태환 영입위해 진천훈 끊임없이 흔들며 '토사구팽' 시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소위 '김태환 정치 파동'으로 일컬어질 수 있는 이번 사태의 최고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당 수뇌부는 도민들을 울리고 웃기고 분노케 한 한편의 정치 드라만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주인공으로는 힘(표)있는 정치인 김태환, 힘(표) 없는 정치인 진철훈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그 외 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와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을 조연으로 내몰았다.

당 수뇌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김태환 지사가 현명관 후보의 입당에 반발, 한나라당을 탈당하자마자 '김태환 영입'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 지난 4월 25일 제주를 방문한 염동연 사무총장은 "잘못하면 두 후보 모두 죽을 수 있다"는 말로, 진후보에는 '양보'를 김 지사에게는 '입당'을 압박했다.
중앙당, 대권에만 골몰해 당 정체성 상관없이 '승리'에만 혈안, 후보  저울질

당 수뇌부는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중 송재호가 자진 사퇴하고, 진철훈-양영식 두 예비후보가 여론조사를 거쳐 지난 1월 10일 진 후보를 제주도지사 단일후보로 확정하고, 중앙당에 공천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1백여일이 넘도록 진 후보를 '외면'했다. 이유는 단 하나. 진 후보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당 수뇌부는 기회가 날 때마다 김태환 지사 영입설을 언론에 흘리면서 진 후보를 끊임없이 흔들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김 지사 영입에만 공을 들였다.

전북과 대전을 제외한, 그리고 당초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마저 한나라당에서 오세훈 이라는 '히든카드'를 내세워 강금실 후보를 누르기 시작하자 초조해진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의장과 염동연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진철훈 주저 앉히기'와 '김태환 영입'에 전력을 기울였다. 4월 25일 염동연 사무총장을 2박3일 일정으로 사실상 '특사'자격으로 제주에 내려보내 진 후보와 김 지사 설득에 나섰고, 정 의장은 서울에 올라간 김 지사를 최소 '3차례'이상 직접 만나 입당을 권유했다.

▲ 열린우리당과 김 지사가 입당사실을 밝히자 진철훈 후보가 4일 오후 "이번 선거는 진철훈 시체를 넘어가야 치를 수 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우리당, 진철훈 '토사구팽' 시도 불발에 그치자 이번에 김태환 '토사구팽'
 
중앙당은 진 후보에게 "전략공천은 없다"며 달래는 한편 공천신청은 계속 미루는 방법으로 당근과 채찍으로 압박했다. 또 김 지사에게는 "진 후보의 문제는 당에서 다 정리할 것이다. 입당만하면 된다"며 김 지사를 유혹했다.

진 후보 설득이 예상대로 안됨을 느낀 중앙당은 4일 오전 우상호 대변인이 언론에 전하는 방법을 통해 김태환 지사 입당과 구체적인 경선방법(기간당원 30%, 일반당원 20%, 일반국민 50% 참여하는 여론조사)까지 말하면서 8일까지 당 후보를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진 후보 입장에서는 완전히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진 후보가 중앙당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부, 4일 오후 '김태환 지사 정계은퇴'를 전면에 내걸고 단식농성에 들어가고 제주도당 기간당원 300여명의 탈당을 선언하는 등 자신들의 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사태가 꼬이면서 김 지사마저 열린우리당 입당철회 움직임을 보이자 중앙당은 또 한 차례 역(逆) '토사구팽'을 감행했다.

▲ 우리당은 5일 오후 강창일 의원을 내세워 하루전까지만해도 입당을 발표했던 김태환 지사가 입당 부적격자라며 입당 거부를 밝혔다.
김 지사에겐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 최고위 열어 "부적격 판정" 이중적 행태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각본의 하이라이트는 5일 오후였다.

열린우리당 수뇌부는 하루 전날 김 지사가 중앙당을 방문 입당이 어렵다는 사실을 전하고 돌아 간 후 5일 오후 7시 기자회견을 통해 '무소속 출마'선언을 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최고위원회를 소집, 김 지사의 '입당 불가'를 결정했다. 하루 전 날 대변인을 통해 김 지사의 입당사실을 발표했던 것과는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 지도부는 김태환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틀간만 참아달라"고 요구했고 김 지사는 이를 받아들여 당초 무소속 출마 선언을 밝히지 않았다. 김 지사의 의중을 확인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김 지사 기자회견 바로직전에 우리당 홈페이지를 통해 '김태환 부적격 판정'을 발표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김 지사는 결국 입당을 않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형국이 돼 버리고 말았다.

진철훈 후보가 제주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룬 이후 1백여일 동안 김태환 지사에 대한 러브콜을 끊임없이 보내왔던 열린우리당이 결국 진철훈 후보가 '단식농성'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이에 놀란 김 지사가 무소속 잔류입장을 보이자 발빠르게 김태환을 버리는 '선수'를 친 후 다시 진철훈을 취하는 전형적인 밀실정치를 보여줬다.

▲ 김태환 지사는 지난 1월27일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태환 지사가 열린우리당에 농락당했다고만은 볼 수 없다.

김태환 지사는 지난 1월 17일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한나라당 입당에 반발해 탈당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3개월 이상 '한나라당 탈당불가→불출마→무소속 출마→열린우리당 입당→무소속 출마'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본인의 의지가 어디 있는지 간에 제주정가를 파국으로 내모는 중심에 서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나라 탈당 않겠다→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탈당"

김 지사는 현 전 회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직후 "인재영입 차원에서 환영한다"면서 "도지사 출마를 위해 탈당하는 일은 결코 없으며,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하겠다"고 밝혔으나 2월 15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불출마 선언을 하려다 지지자들의 만류로 장고에 들어갔다.

▲ 김태환 지사는 한나라당 탈당 이후 불출마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틀 후(2월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지사로서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최근 (한나라당)중앙당의 정치상황에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한다. 도민의 자존심만은 지켜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탈당, 첫번째 자신의 약속을 어겼다. 그는 "한나라당 중앙당의 모습을 그대로 그대로 놔둘 경우 누가 당할지 모른다. 제주도가 상처를 입을런지 모른다"고까지 말했다.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고민을 했던 김 지사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소속으로 당당하게 도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5.31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 김 지사는 2월 17일 무소속으로 당당히 나서 도민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불출마 고려→특별자치도민당으로 출마해 도민의 심판 받겠다"

김 지사는 "한때 불출마를 고려했으나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도지사로서 이를 반석에 올려놓을 책임이 있다는 권유에 따라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회피하지 안겠다"며 "지난 2년간 이뤄놓은 일에 대한 평가로만 심판을 받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영입·입당설이 계속 나돌때마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말로 무소속 출마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지사는 4월 초 진철훈 후보가 정치적 행보를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자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특별자치도민당'으로서 도민의 뜻에 따라 확실해 해 나가겠다. (열린우리당이 입당설을) 스스로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그들의 말에 의해 제주도 정가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열린우리답 입당설을 거듭 부인하고는 "일본은 광역자치단체장 90% 이상이 무소속이고, 기초자치단체장은 거의 100%가 무소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지방자치가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는 여러분들이 잘 알 것이다"라는 말로 무소속 출마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지사는 자신으로 인해 설움받는 이가 생겨서는 안된다며 우리당 입당성를 부인했다.
 
"저로 인해 설움 받지 않게 하겠다" → 중앙당 고위당직자와 수 차례 접촉

또 4월 하순 열린우리당 중앙당 당직자들을 잇따라 제주를 방문한 직후에는 "모든 게 상식선에서 이뤄질 것이다. 도민들도 현직 지사에 대한 공감대가 있지 않겠느냐. 그런 선을 넘지 않겠다"면서 "내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얼마나 많은 설움을 받았느냐. 저로 인해 (열린우리당에서) 그런 일이 생겨서야 되겠느냐"는 말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뜻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중앙당에서 자신에 대한 영입설을 계속 띄우고 우리당 제주도당 일부 기간당원들이 반대기자회을 하자 28일에는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그동안 수차례 밝혀왔듯이, 저는 현재 무소속이며 그 입장을 앞으로도 견지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특정정당의 정치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마치 저와 관련되는 것으로 일부의 오해가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해당 정당에서도 기본적인 정치일정을 본인과 무관하게 계획대로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는 제주에 내려온 열린우리당 고위당직를 만났으며, 서울에도 직접 올라가 입당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해 왔다.

"철새정치 감수, 우리당 입당하겠다"→진철훈 단식농성→"입당 않겠다"

   
김 지사는 4일 오전 전격적으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5월 4일 우리당 대변인이 "김태환 지사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고 밝히자 기자실을 찾아 "특별자치도 완성과 한미 FTA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철새정치라는 비판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며 열린우리당 입당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김 지사는 "내가 제주도를 위해서 정말 몸을 던져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도민들에게 역사의 심판을 받는 게 떳떳한 게 아니냐"며 철새정치론을 정면으로 돌파할 뜻임을 밝히고는 "진 후보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진 후보와 당에서 협의가 돼서 모든 것이 정지가 된 상황에 입당하려고 했으나 잘 안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거부한다고 하면 모든 것이 더 혼란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열린우리당 입당과 경선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김 지사는 중앙당의 발표와 자신의 기자회견 이후 우리당 기간당원이 탈당선언을 하고, 진철훈 후보가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급히 참모회의를 통해 열린우리당 입당을 철회키로 하고 이날 저녁 또 다시 중앙당으로 향해 정 의장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입당발표 하루 뒤인 6일 우리당이 입당을 거부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홀가분하게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우리당 입당→중앙당 입당 거부→홀가분 하다. 무소속으로 남겠다"

김 지사는 그리고 난 후 5일 오후 7시 기자회견을 통해 무소속 잔류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기자회견 직전 당 고위당직자로부터 "이틀만 참아 달라"는 메시지를 받고는 어린이 날 어렵게 모여든 기자들 앞에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겠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기자들이 "열린우리당에서 김 지사 입당을 거부했다"고 질문을 던지자 "그렇다면 홀가분하게 잘됐다. 무소속으로 가겠다"고 말해 현장에 있는 기자들을 어이없게 했다.

김 지사는 한나라당 탈당이후 '불출마-출마' '무소속 잔류-우리당 입당'이라는 뉴스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 언론의 초점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그 결과 제주정가는 김 지사의 말 한마디에 따라 울고 웃은 코미디 판으로 되고 말았다.

김 지사의 열린우리당 입당의 진실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현직 도지사로서, 또 차기 도지사 예비후보로서 계속 말을 번복하고, 정당선택과 관련해서도 공인으로서의 소신을 견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지방정국을 파국으로 내모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우리당·김 지사, 정책선거 실종-정치적 불신·냉소주의 가속화 장본인

이 때문에 김 지사는 지금까지 지지도와 당선가능성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으로부터 '정계 은퇴'라는 최고의 공격을 받게 됐으며,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에 결정적인 자충수를 두는 '판단 악수‘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았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김태환 지사가 지난 1백여일간 보여 준 행보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둬 지금과는 다른 정책선거로 치러져야 할 5.31 선거를 파국으로 이끈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들이 보여준 행태는 유권자로 하여금 이번 선거를 '정책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야합'으로 매몰시켜 버렸으며 결과적으로 정치적 불신과 냉소주의만을 가속화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결국 도민들의 심판에 의해서만 옳고 그름이 가리게 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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