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웹 사전, 제주어 아래아 미표기 검토...“아래아 삭제하면 의미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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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이 자신들이 구축하는 온라인 한국어 사전에서, 제주어 아래아(ㆍ) 표시를 현대적인 형태소(ㅏ, ㅗ)로 대신하는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아래아가 삭제되는 수모를 당한 제주어가, 다시 한 번 똑같은 위기에 놓이면서 제주어 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2010년부터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 구축 사업, 일명 우리말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모든 한국어 자료를 사전으로 집대성해 대규모 언어 지식 콘텐츠로 구축·관리하는 목적이다.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처럼 사용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콘텐츠를 등록하는 참여형 사전으로 제작된다.

약 100만 개가 넘는 한국어 자료를 10개 국어로 제공하고, 누구나 온라인·모바일 상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표준국어대사전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0월 첫 선을 보이는 목표로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어는 다른 지역 방언과 함께 우리말샘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로 포함됐다. 명망 있는 언어학자들이 참여해 이미 집필 작업을 마친 상태다.

문제는 제주어에만 남아있는 아래아 표시의 구현 여부를 두고, 국립국어원이 아래아를 ‘ㅏ’나 ‘ㅗ’로 대체하는 방안을 최근 검토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말샘의 제주어 항목 집필에 참여한 학자들도 아래아를 사용했지만,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바뀌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아래아를 빼려는 이유는 효율성이다.

지금 온라인상에서는 아래아를 사용할 수 없다. 현대 국어 형태소인 ‘ㅏ’, ‘ㅗ’가 대신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샘은 온라인 기반이기 때문에, 아래아를 사용한다면 이용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 국립국어원의 설명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아래아가 들어가는 제주어 표제어를 그대로 표현할지 ‘ㅏ’나 ‘ㅗ’로 변환 할지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어 학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99년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전자버전 역시 여러 이유로 제주어 아래아가 사용되지 않으면서 제주사회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때문에 전 세계인을 위한 한국어 온라인 사전 우리말샘에서만큼은 제주어를 올바르게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생을 제주어 연구에 바친 강영봉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아래아가 들어간 제주어가 전부 바뀌면서 아쉬움이 매우 컸다.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 명예교수는 “표기나 호환에 어려움이 있다면 일러두기라도 첨부해 아래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1% 밖에 사용하지 않는 언어라도 제주어는 분명한 언어다. 명확하게 표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12월 ‘자모의 실제 발음과 음성 분석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며 제주어의 아래아 사용을 강조한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역시 “전 세계인에게 한글을 알리는 개방형 사전을 만든다면서 제주어를 제대로 표현하는 아래아 표기를 안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오히려 국립국어원이 국립기관인 만큼 아래아 표시를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반 형태소로 바꾼다면 그것은 제주어가 아닌 표준어나 다름없다. 고유한 언어 의미와 문화까지 퇴색되는 것이다. 이번 기회로 아래아를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말샘 제주어 집필에 참여한 오창명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는 "잘못된 제주어 표기는 자칫 제주어 및 제주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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