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태민 의원(농수축경제위원회)

클린하우스는 효율적인 청소행정 구현을 위해 쓰레기 처리를 기존 문전수거 방식에서 거점배출 방식으로 수거하기 위해 폐기물 종류별 수집용기를 모아 놓은 시설이다. 통합 전 제주시에서 도입해 최우수 정책으로 평가받으면서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도 전역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확대 시행 10년이 지난 오늘의 모습은 어떠한가? 2700여개 클린하우스가 애물단지, 혈세 먹는 하마, 쓰레기 야적장으로 변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도내 1일 쓰레기 발생량은 1995년 기준 503톤에서 2015년 1161톤으로 2.3배 증가했고, 인구 1인당 배출량도 전국평균이 0.95㎏인데 반해 제주도는 1.57㎏로 1.65배 높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특별자치도 이후 청소장비도 130대에서 176대로 확대하고, 쓰레기 처리인력도 정규인력 외에 대체인력으로 416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 불법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CCTV 700여대 설치, 클린하우스지킴이 600명을 고용해 클린하우스 시설 감시와 주변 환경을 정리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쓰레기 배출과 수거 시 발생하는 소음, 악취는 지역주민들의 이설 민원을 증폭시켜 최근 3년간 클린하우스 262개가 이설됐다.

게다가 클린하우스는 대부분 마을안길이나 주차장 주변, 일부가 대로변에 위치함으로써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의 치부를 드러내 놓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읍면지역에서는 마을 부녀회를 비롯해 직능단체 회원들이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 클린하우스 내 쓰레기 분리 작업, 캠페인 등을 위해 바쁜 일손을 놓고 있다. 또한 행정시장들은 직을 걸고 쓰레기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하고, 특히 제주시는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100인 추진위원회를 구성, 발대식을 갖는 등 야단법석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됐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클린하우스 제도는 쓰레기 감량보다는 배출과 수거에 중점을 둔 정책으로, 클린하우스 시설이 365일 24시간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설령 거주지역 클린하우스가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합법적 투기장소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배출이 편리한 지금의 느슨한 정책으로는 시민의식이 반감될 수밖에 없고, 쓰레기 이동이 용이함에 따라 작은 인구 거주지역 클린하우스에도 쓰레기가 넘쳐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클린하우스가 갖는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쓰레기 분리배출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가정에서는 가연성쓰레기와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 등을 분리 배출하고 있지만, 일부지역 클린하우스에서는 차량 수거 시 혼합 수거해 매립장에서 다시 별도로 분리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분리 인력이 추가 투입되고, 수거차량이 하차장에서 장시간 대기하게 되는 불합리성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1995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쓰레기종량제는 버리는 양에 따라 처리 비용을 다르게 냄으로써 쓰레기양을 줄이는 등 원활한 쓰레기 처리를 위해 시행된 제도인 만큼 당초 목적에 맞도록 운영돼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클린하우스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완전한 분리수거가 가능하도록 조례에 정한 생활폐기물을 종류별로 배출 요일에 맞춰 배출·수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잠금장치 등 클린하우스 시설을 보완하고, 도시와 농촌 특성에 맞는 수거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대형마트, 관광호텔, 대형음식점 등 쓰레기 대량 배출업소에 대한 일제점검을 통해 무임승차는 없는지 확인하고, 영업장 부지 내에 클린하우스 시설의 설치는 물론 전세버스와 렌터카 등에 쓰레기종량제 봉투가 의무적으로 비치되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클린하우스 설치장소 기준 마련으로 설치장소에 대한 민원을 최소화해 이전에 따른 비용 절감과 읍면동별 지역실정에 맞는 효율적 관리운영 방안을 마련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일회용품, 택배용 포장지, 마트상품 포장지 등에 대한 현실적인 감량시책과 재활용 활성화 방안 마련 또한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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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민.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미래비전으로 환경자원 총량보전과 환경 부하 최소화원칙을 내세우며, 세계환경수도 조성의 필수 요소로 ‘2020 쓰레기 제로화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대비 1인당 폐기물 발생량 최고라는 불명예 훈장을 떼고, 청정 제주의 가치를 키우고자 한다면 현재의 클린하우스 제도를 쓰레기 종량제 추진 목적에 맞도록 원인 분석과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 새롭게 태동시켜야 할 것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태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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