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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강도 목적으로 죽이지 않았다” 말 바꿔...검찰 “형량 줄이기 위함” 무기징역 구형

지난 4월 제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인 여성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법정에서 돌연 강도살인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보고 사회와의 격리를 주문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6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허일승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쉬모(35.중국)씨의 결심공판에서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쉬씨는 이날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줄곧 인정한 강도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살인은 인정하지만 강도를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며 갑자기 말을 바꿨다.

공판에서 쉬씨는 “피해여성(23)을 좋아했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발설하려 하자 죽였다”며 “빌려준 300만원을 받으려 했을 뿐 돈을 뺏을 목적으로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느닷없는 혐의 부인에 검찰은 쉬씨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말을 바꾼 것으로 보고 범행 직후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여성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과정 등을 내세워 반박했다.

실제 쉬씨는 여성 살해 직후 자신이 빌려줬다는 300만원 보다 많은 619만원을 세 차례에 걸쳐 인출했다. 비밀번호 역시 살해 직전 여성을 협박해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쉬씨는 피해여성과 친해 카드 비밀번호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피고인은 범행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검찰은 “쉬씨가 형량을 줄일 목적으로 강도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여성은 피고인의 협박에 못 이겨 비밀번호를 말하고 죽임까지 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3살의 젊은 여성을 무차별 살해하고 지역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은 점에 비춰 사건이 중대하다”며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여성 살인사건은 지난 4월13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한 야산에서 고사리를 따던 주민이 피해여성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쉬씨는 2015년 10월 중국 SNS를 통해 피해여성과 처음 만났다. 만남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피해여성은 임신까지 했다.

쉬씨는 2015년 12월30일 피해여성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이동하다 제주시 외도동 인적이 드문 곳에서 흉기로 여성의 목과 가슴을 6차례 찔러 살해했다.

범행 다음날인 31일 쉬씨는 제주시 노형동의 한 은행 단말기에서 피해 여성의 카드로 돈을 인출했다. 2016년 1월1일과 1월3일 새벽시간에 추가로 돈을 찾아 총 619만원을 챙겼다.

쉬씨는 범행 직후 시신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옮겨 실어 닷새간 사체유기 장소를 물색하다 1월3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야산에 버리고 흙으로 덮었다.

이 과정에서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하고 훔친 돈을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태연히 생활을 이어갔다.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약품을 구해 차량 내 혈흔을 지우기도 했다.

쉬씨는 경찰의 수사 압박이 계속되자 시신발견 한 달만인 5월14일 담당 형사에 전화를 걸어 자수의사를 밝혔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오는 10월31일 오후 2시 제201호 법정에서 쉬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어 1심 형량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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