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스님 일행, 28박29일 제주전역 순례 길 올라

지리산을 타고 넘은 평화와 생명의 기운이 바다건너 제주에 퍼지기 시작했다.

평화생명 탁발순례단(단장 도법스님)이 제주에서 힘찬 첫 걸음을 뗐다.

24일 오전 10시 제주시 관덕정.

4·3항쟁의 진원지로서, 과거 행정의 중심지로서 역사성깊은 이곳에 '순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종교계, 4·3유족회, 자치단체, 시민단체 회원서부터 평범한 시민, 그리고 부모를 따라나선 어린이까지 다양한 계층이 순례단의 출정 현장을 지켜봤다.

화장한 날씨가 이들을 반겼다. 때마침 주변에선 '지구의 날'을 기념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조화를 이뤘다.

   
목 관아지 정문 앞에서 열린 '생명평화 탁발 제주순례 출정식'은 화려하지 않았다.  참여 규모가 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생명과 평화의 기운을 호흡하기 위한 참여자들의 열정은 드높았다.

김태환 시장은 "대단히 뜻깊은 행사에 온 도민의 성원이 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성찬 4·3유족회 회장은 "4·3으로 많은 상처를 받은 제주가 이제 그 상처를 치유해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려 하는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온 여러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태환 시장 "대단히 뜻깊은 행사...도민 성원 있을 것"

이정훈 목사 "'생명 살리는 소망의 섬' 되게 하소서"

도법 스님 "생명.평화의 섬 위해 걷고 또 걷겠다"


참가자들은 이 땅의 전쟁과 폭력에 의해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머리를 숙였다.

항간에는 '불교적인 것'으로 알려진 때도 있었지만 탁발순례는 종교행사가 아니다. 따라서 순례에는 종단이 따로 없다. 개신교를 비롯한 다른 종단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은 그래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정훈 늘푸른교회 담임목사는 "주님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서로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셨지만, 저희 인간들의 탐욕과 죄악으로 인해 자연은 날이 갈수록 피폐화되고 있다"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했다.

이 목사는 "이 땅 제주도가 '생명을 살리는 소망의 섬'이 되게 하고, 이번 탁발순례를 통해 제주안에 자리잡고 있는 그동안의 '죽임의 문화'를 걷어내고 '살림문화'의 씨앗을 뿌리는 작은 걸음이 되게 해달라"고 염원했다.

또 "관덕정을 출발, 제주도 각 읍·면 마을을 순례하며 현지 주민들, 공무원, 경영인 등과의 만남을 통해 제주의 자연,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마다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전도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뒤 "이 순례에 제주도민이 관심을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성공회 제주교구 박동신 신부는 "스님과 함께하는 걸음 걸음이 많은 사람에게 생명과 평화의 기운을 북돋게 하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원명선원 부설 원명유치원 어린이들이 출정을 격려하는 즉석 노래공연을 펼쳐보였다.

어린이들은 찬불가 '나의 마음은 바다' '너는 보았니' '돼지임금' 등을 율동까지 섞어가며 깜찍하게 불러 순례단의 박수를 받았다.

도법 스님은 "화창을 날씨를 보니 온 산하가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다"면서 "순례단을 따뜻하게 맞아준 제주지역 모든 분들께 뭐라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고 환대에 답했다.

도법 스님은 "21세기 인류사회는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몰라 방황하고 있고, 현실적으로는 생명이 위태롭고 삶은 황폐화하고 있다"며 "생명의 평화로운 삶의 길을 찾고자 제주에 왔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제주는 그 동안의 아픔을 밑거름 삼아 평화의 섬으로 가려한다고 들었다"면서 "방황하는 21세기에 희망의 싹을 제주에서부터 틔우고, 아픔 있는 제주에서 그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살이 돋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묻고, 찾고, 배우고자 하는 이길, 제주에서 찾을 수 있도록, 제주에서 물을 수 있도록 더 격려하고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한 뒤 "제주가 생명·평화의 섬으로 나갈 수 있도록 걷고 또 걷고, 그리고 또 걷겠다"고 다짐했다.

첫날 서쪽 도로 따라 외도 월대 까지...28박29일 장도

   
풍물패의 인도를 따라 관덕정을 출발한 순례단은 서쪽 도로를 따라 장도에 올랐다.

이들은 맨먼저 4.3학살터인 '제주국제공항(정뜨르 비행장)'에 당도했다. 이곳에서 순례단은 지석묘인 고인돌에 대한 유래 등을 들은뒤 4.3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이곳까지 따라온 성산읍 난산 대안학교 '문화교육 들살이' 소속 7~15살 어린이 7명은 깜짝 노래공연을 선보였다.

통솔교사 3명중 한명이 노래 내용을 설명한다. 밥상머리에서 식구끼리 다툼을 벌이다 결국엔 인간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내용을 제주사투리를 섞어 재밌게 엮었다. 바로 상생과 평화의 메시지인 셈이다.

신기한듯 귀를 쫑긋 세운 순례단은 곡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어린이들을 이끌고온 김정이교사(37)는 "다음달 8일 순례단이 난산에서 1박하기 전에 미리 뵙고도 싶었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참가했다"면서 "앞으로 4.3등 제주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은 오일장을 지나 이호해안도로를 따라 도두-이호를 거친뒤 외도천 '월대'까지다.

첫날부터 왠 강행군인가 싶지만, 28박29일의 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제주에서도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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