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증명서 발급, 노무현 정부 100% 육박→올해 34.6% '뚝'...강창일 "보수정권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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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에 대한 외교당국(주일한국대사관)의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율이 높아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이 5일 주일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 앞서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조선적 재일동포 및 여행증명서 발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률이 2016년 8월 기준 34.6%에 불과했다. 

신청건수 가운데 65.4%는 발급이 거부됐다는 얘기다. 

조선적 재일동포는 해방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가운데 대한민국이나 북한의 국적을 보유하지 않고, 일본에도 귀화하지 않은 이들을 말한다. 일본이 외국인 등록제도상 편의를 위해 실제 국적이 아닌 외국인 등록상 기호를 부여하는 제도다. 일본법상 무국적자로 간주돼 한일 양국을 오갈 때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여권법 제14조, 여권법 시행령 제16조에 의거해 모든 조선적 동포에게 문호가 개방돼 있다.

문제는 갈수록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은 신청 1만2766건에 발급 1만2101건으로, 발급률이 94%에 달했다. 

하지만 이를 역대 정부별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2003년 2월25일~2008년 2월24일) 시절에는 발급률이 100%에 육박했으나,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5일~2013년 2월24일)에선 2009년 81.3%, 2010년 43.8%, 2011년 39%로 급격히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5일~) 들어서도 이런 흐름(40~50%)이 이어지다가 2016년 8월에는 34.6%로 곤두박질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는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가 큰 문제 없이 발급되면서 신청 건수도 많았으나, 이후 발급 거부율이 높아지면서 신청 건수 자체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2005년에는 신청건수가 3329건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45건으로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감소했다. 

제주4.3의 진실을 일본 사회에 알린 소설 <화산도>의 저자 김석범씨(91)가 정부의 이같은 기조에 따라 지난해 고국땅을 밟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동국대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주일한국대사관은 끝내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 

당시에도 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유신 독재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이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김 작가는 이미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13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조선적 재일동포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해외국민으로 인정되었지만 북한과의 관계에서 그 실효성을 상실했는데 조선적이라고 해도 모두 북한이나 조총련에 귀속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며 "북한과의 친화성이나 비판적 거리를 구별하는 징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북한과의 적대적 대립이 고조되자 보수정권은 조선적의 유지를 북한을 지지하는 정치적 의사표시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정권 이래 돌연 조선적을 이유로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인권 문제로 결부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1962년에 가입한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28조(여행증명서)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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