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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30분 제주시 광양성당에서 고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미사 및 시국미사가 열렸다.

故 백남기 농민 위령·시국미사..."박 대통령, 진심으로 국민·민중 앞에 용서 빌어야" 

조용했던 제주시 광양성당 내부에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내용이었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점점 멀어져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가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란 노래다. 그리고 화면 속에 고(故) 백남기 농민의 얼굴이 나왔다.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7일 오후 7시30분 제주시 광양성당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생명과 평화일꾼 고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미사 및 시국미사’가 열렸다. 

지난해 11월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살수차로 쏜 물에 맞아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317일만에 숨진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숨진 뒤에도 경찰이 부검을 주장하는 바람에 영면하지 못하다 11월5일에야 장례를 치른 백남기 농민의 안식을 기도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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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30분 제주시 광양성당에서 고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미사 및 시국미사가 열렸다.
이날 미사는 김창훈 다니엘 총대리신부가 집전했다. 

이후 임문철 시몬 신부는 강론을 통해 “주님은 회개하는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백남기 농민이 살아온 길을 연도별로 정리해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읽어 내려갔다. 

이어 “짧은 동영상을 같이 보자”고 말한 뒤 영상을 틀었다. 

경찰이 살수차로 쏜 물에 맞아 쓰러지는 백남기 농민의 모습이 나왔다. 인순이의 노래 아버지와 함께 백남기 농민의 생전 모습이 보여졌다. 

성당 내부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영상이 끝나자 임 신부는 “한 평생 이 땅의 정의를 위해 투쟁하고, 생명·평화 운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가 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자리는 백남기 농민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다. 하지만, 백남기 농민이 고통도, 눈물도 없는 곳에서 편히 지내라고 기도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 앞에 세월호 참사, 쌍용차 해고 노동자, 용산참사,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건, IMF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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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30분 제주시 광양성당에서 열린 고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미사 및 시국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는 임문철 신부.
임 신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럼에도 백남기 농민이 죽었다”며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외신은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를 이겼다’고 보도했다. 선거 결과가 백남기 농민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인권과 민주, 평화, 화해 보다는 산업화를 선택했다. 욕망이 욕망을 낳았다. 이런 욕망이 박근혜라는 허수아비 대통령을 만들었고, 최순실이라는 아줌마를 실질적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며 최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했다. 

임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해야 하나? 성경에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고 나와있나? 주님은 하루에 7번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회개하면 용서해주라고 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도 속았다고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용서해줘야 하나”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사람들 마음속에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진심을 가지고 국민과 민중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미사는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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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30분 제주시 광양성당에서 고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 위령미사 및 시국미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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